매일신문

버리는 '술' 수질오염 한몫

술을 아끼지 않는 것이 우리의 습성이다. 술상을 차려 놓고서는 사람을 그냥 지나가게 하지 않는 것이 인심이기도 하다.이런 술인심은 엉뚱한데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먹다 남은 술을 그냥 버리거나, 술판을 거두고 일어서면서도 반 이상 남은 술잔을 그냥 놔두기 일쑤인 것이다. 시중 드는 술집 아가씨가 술잔을 받아서는 먹는체만 하고 마구버려도 또 권한다. 그래서 심지어는 한 바케스씩 술을 쏟아 붓고는 또 잔을받음으로써 주인집 술값 매상을 올리는 경우까지 있다는 얘기이다.그러나 이제 이런 문제를 술꾼들이 새로 생각할줄 알아야 하는 시점이 됐다. 술값 때문이 아니라 바로 환경문제 때문이다.

흔히 많이 마시는 맥주를 예로 들어보자. 맥주 1ℓ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무려 6만9천㎎에 달한다. 이것을 그냥 하수도로 쏟아 버리는 것이얼마나 환경파괴적인가는 BOD가 불과 10㎎/ℓ인 금호강 물을 두고 우리 모두가 너무 썩었다고 난리 피우는 것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이 맥주를 한컵(1백50㎖) 하수도로 쏟아버릴 경우, 이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수준의 오염도는 BOD 5㎎/ℓ. 따라서 맥주 한컵을 이 정도 만큼만으로라도 정화하려면, 물이 2천1백ℓ나 있어야 한다. 20ℓ가 한말이니 물 1백말 즉 1천 주전자가 필요한 것이다. 맥주는 마구 버리면서도, 그 정화에 필요한 물을 한 주전자나마 일부러 하수도로 쏟아 주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맥주 만큼이나 많이 마시는 소주는 더하다. 소주 1ℓ의 BOD는 무려 23만3천㎎/ℓ.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만큼 오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따라서 소주 한잔(50㎖)을 하수도에 버릴 경우, 오염 효과는 맥주 한컵 보다 더 높다. 그래서 이 소주 한잔을 정화하는데는 2천4백ℓ나 되는 물이 필요하다. 한되 짜리 주전자로 무려 1천2백 주전자 분에 해당하는 물이 필요한것이다.

위스키를 소주잔 한잔 정도 버린다면 물은 3천ℓ나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와 있기도 하다.

술꾼들이 술을 마시더라도 이젠 환경을 생각해 가며 마셔야 한다는 결론에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종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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