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2-기살아난 피고인들

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 1심2차공판은 예상했던대로 돈을 받은 盧씨나 돈을 준 재벌총수들이 한결같이 '뇌물은 아니었다'는 진술로 끝났다. 지난해 12월18일 1차공판이 있은지 꼭 4주만인어제 열린 2차공판에선 무언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지 않을까하는 한가닥 희망마저 무산된채 피고인들의 발빼기식 진술만 계속된 가운데 盧씨가 변호인반대신문을 포기해 관심을 끌었다.이날 공판에서 재벌총수들이 돈을 준 것을 시인하면서도 뇌물은 아니었다고 강변한 것은 1차공판때부터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盧씨의 반대신문포기는 뜻밖이었다. 지금까지 盧씨의 방어적인 변명이 일관된 사실을 감안할때 2차공판에서 적극적인 변명이 예상됐었는데 그 기회를 포기한데 대해서 어떤 伏線이 깔린 것이 아닌가하는 온갖 추측과 의구심이 제기되는등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2차공판에서 피고인들은 1차공판때보다 여론의 관심도 크게 숙져있고 全斗煥전대통령의 비자금규모가 盧씨의 것보다 곱절이나 된다는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밝혀지는등 여건의 好轉을 의식한 탓인지 적극적인 대응을 보였다. 盧씨의 반대신문포기도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속셈으로 시도된것이 아니겠느냐는게 지배적인 반응인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계해야할 대목이다.

盧씨 비자금이 천문학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을때 들끓던 여론은 이젠 많이 완화돼 있고 천하의파렴치범으로 盧씨를 보던 날카로운 눈총들도 지금은 크게 무디어져 있는 것 같다. 이같은 분위기를 놓치지않고 피고인들은 1차공판때 기죽었던 자세를 털고 일어나 2차공판에선 혐의를 벗어나기위한 반격작전을 펴는 것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적극적인 대응을 보였다.

피고인들의 입장에서 이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것을 나무랄수도 없는 일이지만 전직대통령이 구속기소된 이 사건의 재판결과가 泰山鳴動에 鼠一匹격이 되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걱정은 당당해진 피고인들의 모습에 비해 이에 대응하는 검찰이 피고인들의 반격작전을 무기력하게 만들수 있는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못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어제 공판에서 일부 피고인들은 검찰조사때 진술한 내용까지 번복하는 태도를 취했다. 사실 검찰은 이 사건관련자들을 엄벌해야한다는 초기의 들끓는 여론을 업고 조사에 허점을 남겼을 가능성도 없지않다. 검찰은 2차공판에서의 미진했던 부분을 다음공판에선 철저히 보완해 기소당시 기대했던 재판결과를 끌어내도록 해야한다. 갈수록 피고인들의 대응자세는 더욱 적극적일 것이다. 검찰은 이것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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