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존처리 대책도 수립돼야

거북선총통 위조사건을 계기로 문체부가 내놓은 제도개선책이 질보다 양적인 측면에 치우친다는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발굴후 방치되는 문화재의 보존처리에 대한 대책도 수립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재보호법상 발굴기관은 2년이내에 보고서를 발간하도록 돼있지만 엄격히 말해 이를 지키는곳은 한군데도 없다. 심한 경우 20년전에 발굴이 끝났어도 보고서를 내지 않은 곳도 있으며 발굴책임자가 타시도로 옮겨가거나 정년퇴직등으로 보고서가 나오지 못하고 흐지부지돼버리는 경우까지 있다.

아무리 고고학자들이 허가를 받고 발굴을 했더라도 학술보고서가 나오지 않으면 도굴과 뭐가 다르냐 발굴에만 급급, 보고서를 내지 않는데다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문화재 관리의 3대 요소인 발굴, 보존, 전시의 중요비중을 차지하는 발굴보고서가 제때 나오지 않는 것은 발굴 유물을 보존처리할 여유와 전문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재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국가문화재 지정예고제 도입과 문화재 유통의 투명성 확보, 국가에서 인정하는 감정기구 설립 등과 함께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한다.

국보 보물등 국가지정문화재의 성분 분석및 보존처리는 문화재 관리국 산하 문화재연구소(소장장경호)가 맡고 있다. 문화재연구소는 90여종의 기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보존과학실 연구인력은14명에 불과, 연간 1백여건의 발굴현장에서 1만여점 이상 쏟아지는 출토유물을 제대로 보존처리하는 비율은 1%도 채 안된다. 경주 창원 부여에도 문화재연구소가 있지만 직제만 있고, 보존처리전문인력이 없어서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경북권 대학박물관 가운데 비교적 보존처리실을 제대로 갖춘 곳은 계명대 박물관이며, 최근동국전문대에 보존처리과가 생겼다. 사단법인 영남매장문화재연구원은 철기류의 미세한 녹을 제거하는 정밀분사가공기, 항온수조기 대형건조기, 증류수기, 진공함친기 등 보존처리 시설 일부를갖췄지만 전문인력은 확보하지 못했다. 지역에서 보존처리 전문가는 서너명에 불과, 의뢰한 유물의 보존처리에 몇년씩 걸리는 경우마저 있다.

그나마 보존처리를 할 수 있으면 다행이고, 발굴후 보존처리가 안돼서 사장돼 있는 유물이 어느박물관에나 다 있다 는 관계자는 공공박물관들의 보존처리기능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일본 규슈박물관의 경우 보존처리 인력만 30~40명에 이르며 시마네현 풍토박물관 역시 수십명의보존전문가가 활동중이다.

전국의 국립박물관에 보존처리 시설을 확보하고 전문인을 배치해야 한다 는 대구대 박물관장 이명식교수는 문체부가 문화학교를 세워서 발굴 보존전문인력을 양성하기보다 이미 각 대학에서유사학과를 졸업하고도 마땅히 갈 자리가 없는 인력을 재교육,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돌려야한다 고 주장했다.

가짜 문화재 파동을 계기로 문체부가 내놓은 제도개선책은 질보다 양적인 측면에 가치를 둔 것같다 는 관계자들은 문화재 전문인력 육성과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하고 실용적접근방법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崔美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