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토함산 동쪽 기슭에 장항리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 한 절터가 있습니다. 그리고 탑이 있습니다. 절 이름도 모르니까 절에 대하여 전해오는 이야기조차 있을수 없습니다. 대종천의 한갈래가흐르는 계곡을 앞에두고 토함산 산허리에 자리 잡고 있어 경관이 더 할 나위없습니다.절의 흔적이라고는 무참하게 부서져 흩어진 것을 복원하여 그런대로 나마 남아있는 탑과 어떻게할수 조차 없이 부서져 대충 거두어 쌓아놓은 또하나의 탑이 있습니다. 석불도 박살이 났지만 수습할 수 있는 것은 수습하여 박물관으로 옮겼습니다. 일제때 눈이 먼 사람들이 폭파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절터도 금방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상태이며 계곡은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을 정도가 되어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므로 한창때의 절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비교적 온전한 석탑으로 보아서짐작은 할수 있습니다. 탑은 서라벌의 영산 토함산 중턱에서 주위를 내려다 보며 웅장하고도 세련된 멋과 기품을 지니고 있습니다. 힘과 아름다움을 잘 조화시켜 표현하고 있는 성스러움과 통하는 빼어난 예술품입니다. 통일 전후의 씩씩한 기상을 그대로 가지고 불국사와 석굴암으로 대표되는 통일신라 문화의 화려한 정점으로 가던 어느때에 절을 일으키고 탑을 세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간절한 소원을 빌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모든것이 변한 지금, 인적없이 잡초 무성한 절터에 서서 부서지고 깨진 그 탑과 마주하면 말할수 없는 그 무엇이 가슴 가득 밀려 들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천 수백년을지나도 처음과 다름없는 생명의 힘입니다. 탑이 그저 탑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땅에서 살아갈수있게 한 바로 그 위대함입니다.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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