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높아지는 政治파고

한보(韓寶)태풍이 정치권의 대대적 물갈이 또는 대변혁으로이어질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한보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아직은 분명한 윤곽이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상당수 여야의원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정가에 적잖은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때문이다.

만약 '한보특혜'와 관련해 정치권 인사들의 혐의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질 경우그들에 대한 사법조치는 불가피하고, 이는 결국 정계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게 정치권주변인사들의대체적인 분석이다.

검찰 수사결과 현재까지 한보측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인사들중에는 일부 중진급의원들도 포함된것으로 알려져 한보사태가 몰고올 메가톤급 파장을 충분히 예감케하고 있다.

특히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이번 한보사태를 문민정부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규정, 연루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검찰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을 전격 소환, 속전속결식의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도 김대통령의 이같은 단호한 의지와 결코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한보측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인사 50여명의 명단을 확보했으며, 그중 최소한 30여명선은 사법조치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31일 "한보로부터 집중적인 로비를 받은 여야 의원들은 57명선이고, 그중 사법적 조치가 불가피한 사람은 은행장을 포함해 36명선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한보사태는 미시적으로 접근해선 안되며 거시적인 차원에서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몇사람의 구속여부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지각변동을 몰고올 대변혁의 신호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다.

신한국당듸 한 당직자는 "대통령이 유럽방문을 취소했을 때는 어떤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면서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이번 한보사태와 관련된 인사들을 한명도 예외없이 엄단, 기성정치권에 새로운 기풍을 조성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핵심부의 기류에 밝은 인사들도 이번 한보사태가 의도했건 안했건 결과적으로 정계의 대변화를 초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앞으로 검찰의 수사진전상황등을 지켜봐야겠지만 한보태풍은 여권은 물론이고야권의 연말 대선구도에도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기성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폭발할 가능성이 적지않고 이른바 여야의대선주자 가운데서도 유탄에 상처받을 사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때문이다.

이미 일부 주간지등은 '모당 간부' '모실력자'등이 수십억원에서 수백 억원을받았다는 성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여야는 서로 '흠집내기식' 폭로전에 나섰다.

야권은 특히 민주계 실세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권 대선예비주자중 몇명은한보태풍속에서 이미지의 손상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본인들은 "야권의 음해공작때문에 너무 억울한 상처를 입었다"고 흥분하고 있지만 검찰수사등을통해 한보와 무관함이 밝혀진다해도 '이미지 원상회복'이 쉽지않을것으로 보인다.한보태풍을 거치면서 이른바 여권의 '9룡'은 '3~4용'으로 자연스럽게 압축될 것으로 보이며, 의외의 인물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야당쪽도 일부 의원뿐 아니라 당지도부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을것 같다.구민자당 시절 당직을 맡았던 신한국당의 한 의원은 "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총재는 정태수(鄭泰守)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고 있다"며 "김총재가 민자당 대표시절 정씨와 시내호텔에서 개별적으로 만나는 장면을 두번이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한국당 김철(金哲)대변인이 '모당총재와 가까운 한보고문(朴承圭)' '전국구 의원을지낸 한보경제연구원장(李熺逸)', 자민련 모 지구당위원장 출신의 한보철강 전사장(金東寬씨) 등 과거 김종필총재와 관련이 있었던 사람들을 거명하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국민회의도 예외가 아니다. 김대중(金大中)총재의 핵심측근인 K,K,C씨와 국회 재경위원인 K씨등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의 '로비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성이 국회주변에 나돌고있 다.결국 한보태풍의 진로에 따라 △정계인사 처벌규모 △당정및 정계개편의 폭 △정치권의 물갈이또는 지각변동 규모등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전반이 한보스캔들의 진로를 가슴졸이며 지켜보는 것은 바로 한보태풍이핵폭탄급 위력을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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