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대국민담화 의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25일 대국민 사과담화는 TV생방송으로 20분간 진행됐다.대국민 담화를 생중계로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지만 최근 노동법파문에 이은 한보사태 등에 대한김대통령 자신의 심정을 가감없이 전달하기 위해 발표를 녹화방식으로 하자는 일부 참모들의 건의를 물리쳤다. 독선적이고 오만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져 지탄을 받았던 연초 기자회견의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당초 오전10시로 예정했다가 30분 앞당긴 것도 이날10시부터 국회본회의에서의 대정부질문과 중복되는 점을 고려해 조정했다.

총체적 난국으로 비쳐질 만큼 어려운 현 시국의 심각성에 대한 김대통령 인식의 자락을 엿보게한 대목이며, 시국수습의 실마리를 풀기위해 김대통령은 그 어느때보다 진솔하고 겸허한 자세로국민앞에 섰다는 얘기다.

김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한마디로 고개숙인 '사과'로 집약된다.

김대통령은 이날 문민정부의 지난 4년간 개혁작업에 대한 평가와 최근 한보사건으로 비롯된 시국에 대한 입장, 앞으로 1년간의 국정방향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특히 발표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차남 현철씨 문제와 관련, 김대통령은"진실 여부에 앞서 그러한소문이 돌고 있다는 자체가 저에게는 크게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번 사건에 책임질 일이 있다면당연히 응분의 사법적 책임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자신의 재임기간동안 현철씨가 일체의 사회활동을 중단하는 등 근신토록 하고 가까이에 두지 않겠다고 단언, 현철씨가 세간의 의혹들에 개입하고 있다는 개연성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면서 더이상 개입할 소지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실 청와대는 담화 막바지까지 이 문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언급을 포함시킬 것인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었다. 또 언급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로 할것인지,'진위가 어떻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식의 원론적 사과로 과연국민들이 납득하고 의혹의 시선을 거둘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김대통령의 현철씨 거취에 대한 언급은 어느 정도 예측됐었다. 그러나'자식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고 표현한 김대통령의 심정은 비감 그자체였다는게 청와대 주변의 풀이다.나아가 김대통령은 책임정치·책임행정 구현을 위해 한보사건의 원인과 경위를 밝히고 관계자들의 사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향후 1년간 부정부패 척결노력 강화와 경제살리기 총력경주, 안보태세 강화, 차기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고 엄정하게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특히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선출과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인 경선과정이 되도록 하겠다고 천명한부분은 당내부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여러가지를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는 김대통령의 이날 대국민담화를 정국 반전의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다.김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분위기 쇄신을 위한 전면적인 당정개편등 후속조치가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는데 실패한다면 남은 임기 1년동안 정치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청와대 고위관계자는"김대통령도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자신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잘 알고 있다"면서 "이번 담화가 국민들의 마음을 푸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절실한 생각을 갖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심정으로 그동안 담화문안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면서"뼈를 깎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비장한 분위기를 전했다.

김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뒤이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개편이 있다는 점에서 국정 전반에 걸친 큰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청와대비서실 분위기가 처질대로처진데다 일련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수석비서관들간에 알력까지 노정된 마당이고 보면 인사뿐아니라 기구·기능개편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이날 담화로 등돌린 민심이 돌아앉고 난마처럼 얽힌 시국의 실마리가 한꺼번에 봄눈 녹듯 풀릴 것으로 보는 견해는 기대난이다.

어차피 시국수습의 풍향은 담화에 이어 취해질 대대적 당정개편에 따라 잡힐 것으로 보여지면서후속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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