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3.1절
7년전인 1990년 이날 필자는 매일신문 大吹打(대취타)란 칼럼에서 董豊臣(동풍신) 에 대한 자그만 의견을 쓴 적이 있다. 해묵은 얘기 긴하지만 한번더 소개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유관순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3.1절 아침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동풍신을 아십니까? 아마 거의 모든 독자들에겐 귀에 설은 이름이리라 짐작된다. 태생은 함경북도 吉州(길주), 1919년 3.1운동 당시 방년 16세의 소녀. 유관순과 같은 나이였고 농 군의 딸이었으며 아버지가 독립만세를 부르다 일경에게 피살된 운명도 똑같다. 만세 시위를 선도 했던 유관순 못지 않게 동풍신 역시 단신으로 면사무소와 친일 면장집을 불태우는 애국의 투혼을 불살라 보인 열사였으며 투옥되고 순국한 나이 또한 유관순과 똑같은 17세. 우연의 일치라고 보 기엔 너무도 닮은 생(生)을 보낸 소녀 열사들이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신세대들은 남쪽의 유관순은 알아도 북쪽의 동풍신은 깜깜하리만큼 모르고 있다. 반대로 굶주리고 있다는 북쪽의 신세대들은 유관순을 모를지 모른다. 남.북이 함께 두 사실(史實)을 기억시키고 가르쳤더라면 더욱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소녀열사의 나 라사랑 정신을 깨우쳐 줄 수 있었을 텐데 이데올로기 투쟁에 빠진 어른들의 교육은 그러질 못했 다.
7년전 당시 대구 동성로 거리에서 1백명의 청소년을 상대로 거리 설문조사를 했을 때 동풍신을 아는 아이들은 단 한명도 없었던 것이 그런 잘못된 교육의 증거였다. 7년이 지난 엊그제 똑같은 거리에서 다시 1백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를 시켰지만 결과는 역시 한명도 없었다. 아마 7년후 다시 조사한다고 해도 역시 그대로일 것이다. 역사 속의 진실이 묻히든 잊혀져 가든 세월은 흐르고 새세대는 새로운 생각으로 살아갈 뿐이라는 현실을 보는 듯 하다. 우리 아이들이 동풍신을 모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거나 강조해서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3.1절에 유관순 열사 한분의 이야기만이라도 한 번쯤 새겨 보는 자세나 마음이 보인다면 해묵은 동풍신얘 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오늘날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 나눠먹고 비디오방에서 날밤까기 (집나와서 밤샘하는 일)하며 남 자 친구 팬티나 선물하는 같은 또래의 신세대 아이들 가슴에도 16세의 나이에 총검앞에 맞설 수 있었던 소녀 열사들의 그 용기와 나라사랑이 과연 숨어있을것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다행 히도 그런 날밤까는 애들 이 일부 일뿐 전부가 아닐거라는 믿음에서 노파심 많은 어른들은 그나 마 안도한다.
그렇지만 3월 새학기를 맞으면서 재경원과 KDI국민경제교육연구소가 조사 배포했다는 우리 아이 들의 소비문화 자료를 보면 동풍신의 열사정신 같은 거창한 것만이 아니라 사소한 것이면서도 바 로 가르쳐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 그러한 교육의 책임은 많은 부분 부 모들의 몫이라는 생각도 든다. 특히 과보호에 익숙해져가는 듯한 신세대 부모들에게 이런 당부를 하고 싶다.
우선 올 새학기부터는 학용품을 몽땅 새로 사준다거나 값비싼 외제문구와 신발따위를 사주지 말 아보자. 새옷대신 형이나 친척 이웃 선배 아이의 헌옷도 입혀보자
KDI조사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외제를 쓰는 것은 49%%가 부모나 어른이 사줘서 쓰게됐다고 응답 하고 있다. 92%%는 값비싼 의류나 신발만을 선호 한다고 했고 용돈 사용 기록은 91%%가 안한다 고 했다.
독일에는 신학기에 헌옷 입히기가 일반화돼 있고 영국에는 선배들 헌옷을 얻어입히는 옷돌려 입 히기 클럽(The clothing club) 이란게 학부모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도 선배옷 얻 어 입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할만큼 잘 교육돼있다는 얘기다.
이제 우리도 78년전 16세의 소녀열사들이 보여준 정신을 되새기며 뭔가 새롭고 변화된 교육을 생 각해 보자. 굳이 동풍신의 열사정신까지는 몰라도 좋다.
하지만 16세 소녀 열사의 그 정신을 생각하면 지금 이대로의 우리 아이들의 정신문화는 분명 문 제가 있다. 가르치는자 배우는자 모두가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러 일으켜 보자. 자식 잘못 가르 치면 부모 마음고생으로 돌아온다는 교훈을 고개숙인 대통령을 통해서 본게 바로 엊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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