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화 일화집 출간 잇따라

우화(寓話)는 짤막한 이야기지만 시처럼 읽는 이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겨주고 삶의 지혜를 깨우쳐주는 매력이 있다.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독특한 은유와 상상력으로 오수(午睡)와도 같은 달콤한 재미와 명징한 의식을 함께 불러세우는 우화, 일화집들이 잇따라 출간,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시인 최승호씨의 우화집 '황금털 사자'(해냄 펴냄)와 희곡작가 이명수씨의 '동방우화'(지성문화사),번역가 김갑수씨가 엮은 '가슴에 남는 말, 마음에 새겨지는 이야기'(보성출판)등이 그것. 그동안 '대설주의보' '눈사람'등 8권의 시집에서 우화같은 시를 발표해온 최씨의 우화집은 가상현실인지 현실가상인지 현란한 환영의 시대에 교묘한 헛것보다는 질박한 짐승의 더운 피를 그리워하며쓴 70편의 우화가 실려있다. 우리 주위에 짐승다운 짐승이 없음을 아쉬워하는 시인은 황금털사자나 고슴도치, 하마, 코뿔소, 개똥벌레, 염소등을 불러모아 이들을 통해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한껏풍자하고 있다. 거미줄은 자기의 법이고 왕도이기에 그 줄에 걸리지 않는 왕거미, 황소개구리에놀라 콩알만한 심장을 헐떡이며 우리네 조상님은 공룡이라고 외치는 도마뱀, 서로 너무 깊이 사랑해 가시를 상대방의 몸에 찌른채 피투성이가 되어 함께 죽은 고슴도치 두마리등의 에피소드를통해 시인은 자연과의 친화력, 순수한 본능과 직관의 광휘를 잃어버린 인간에게 잠언같은 우화를들려주고 있다.

이명수씨의 '동방우화'(전2권)는 방대한 동양고전속에서 촌철살인의 우화들을 뽑아 묶었다. 해학과 풍자가 넘치며 날카로운 비판과 통찰력을 안겨주는 이 우화들의 뿌리는 동양정신. 동양사상이서구문명의 위기의 해결책으로 인식되고 있는 요즘 시공을 초월해 인간사회의 보편성을 담고 있는 이 우화들은 깊이있는 교훈과 경계를 전해주고 있다. 또 일화집 '가슴에 남는 말…'은 위인에서 범부까지 동서고금의 다양한 인물들의 삶에 얽힌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깊이있는 삶의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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