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프로주부-한복기능사 김인애씨

"한복을 손수 지어 입으면 주변에서 예쁘다고 자꾸 달라고 그래요. 젊었을때는 바느질을 전혀 안해봤지만 애들 다 키워놓고 뒤늦게 바느질을 시작했는데 한땀한땀 깁는 작업이 그렇게 편안하고행복할 수가 없어요"

지난 4월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실시한 한복기능사시험에서 2급자격증을 거뜬히 따낸 김인애씨(43.대구시 동구 용계동 441의16)는 별명이 '훈련 조교'이다.

연년생인 아들 경호씨(25.컴퓨터 프로그래머)와 딸 주영씨(24.컴퓨터프로그래머)를 졸업시키고 취미삼아 대구시 달서구 성당시장 앞에 있는 대구시종합복지회관 한복반에 다닐때 한땀도 실수하지않고, 똑바르게 처리하여 동기생들이 붙여준 닉네임이다.

"한복저고리에는 흰 동정을 깔끔하게 해달아야 얼굴을 살려주는데 요즘은 편하게 입느라고 동정없는 생활한복을 더 많이 입어 제멋을 살리지 못하고 있어요. 남자들 한복바지도 고의춤을 접어서 입으면 바지줄을 세운 것보다 얼마나 더 은근하고 부드러운 멋을 지니는데 무조건 불편하다고멀리하니 안타까워요"

평범한 주부로 묻혀살던 김씨가 대구시종합복지관(623-0485)의 주부재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진 것은 불과 일년전. 일찍 결혼하여 자녀들은 다 자라고, 집안은 '빈둥지'처럼 텅 비었다. 그렇다고 어디가서 고스톱이나 치고, 맛있는 집을 찾아가서 '킬링타임'만 하고 싶지도 않았다.신문을 보고 대구시종합복지회관에서 단돈'4천원'(한달 수강료)에 각종 기술.취미교육을 해준다는안내를 보았다. 그렇게 첫발을 들여놓은게 이곳의 조리교실. 올 봄 조리사자격증을 딴 그는 지난4월에 치룬 한복사 자격시험에 대구에서 유일하게 2급 기능사 자격증까지 딴 재주꾼이다."어떻게 알고 알음알음으로 주문이 들어와요. 한달에 서너벌은 마르나봐요"

정비사인 남편(김웅식.50)은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지어준 한복을 즐겨입는다. 팔불출 소리 듣는다는 아내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꾸 우리 집사람이 만든 한복이라고 자랑하는 바람에이웃이랑 집안에서도 김씨의 솜씨를 다안다. 그런 김씨는 며칠전에도 서문시장 1지구에 들러 중국산 모시 1필(15만원)을 끊었다. 남편의 바지저고리를 보고 예쁘다면서 집안에서 주문을 해왔기때문이다.

"모시는 폭이 좁은 것, 넓은 것이 있지만 다같이 1필이면 어른 한복 두벌이 나온다"는 그는 대백프라자 인근의 한복집에서 맞추면 1벌에 적어도 30~40만원(한산 모시의 경우 1백만원)이 드는 것과 비교, 4분의 1값에 불과하다.

"살림살면서도 이틀이면 한벌을 거뜬히 짓는다"는 그는 올 추석에는 아이들에게도 한복을 선물할예정이다.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한복이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는데다가 취미에도 맞아서 정말 남는 작품을만들고 싶다"고 욕심을 부리는 그는 몇년뒤 '한복방'을 낼 생각이다.

〈崔美和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