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리스트'.
이 리스트에 오르면 누구라도 발가 벗겨진다.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3권이 발간된 '인물과 사상'리스트에 30여명의 내로라 하는 지식인과 유력인사들이 도마위에 올라 철저하게 해부당했다. 지식인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독설에 가까운 비판의 칼을 들이대는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방과).그는 이들에게 수사학과 완곡어법으로 치장한 가면 뒤의 얼굴을 드러낼 것을 주문한다.강교수는 "거시적인 논리로 싸잡아 비판하는 풍토속에서 벌어지는 지식인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가면무도회가 우리 사회에 허무주의와 냉소주의를 만연시키고 있다"며 본격적인 인물비평의 물꼬를 텄다.
우리 사회는 기록과 평가, 보상과 문책에 치열하지 못한 것이 현실. 사회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쉽게 부화뇌동하고 곧 잊어버린다. 자신을 희생하며 공익을 추구한 사람도 쉽게 잊고 기만과 변절을 일삼은 사람의 과거도 쉽게 잊어버린다. 이런 사회분위기가 지식인과 사회지도층 인사들로하여금 현실에 안주케 하고 기회주의적 처신을 부끄러워 하지 않게 한다.
흔히 우리는 세계에 내놓을 만한 석학이 없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외국의 저명한 지식인은 그 자신이 쓴 논문과 저서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비판서나 관련연구서로 그 업적이 부각된다. 비판과 평가가 석학을 만드는 셈이다.
비판이 있는 사회에서 지식인은 더욱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이론을 정교하고 튼실하게 만들 수있지만 우리의 풍토는 그렇지 못하다.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개마고원)은 인물평가에 있어서 적당히 보도하거나 논평하는 태도가 논쟁과 토론을 억누르고 발전을 저해한다는 입장에서 발간한 책이다. 강교수는 직설적이고 원색적인문체로 지식인들의 논리적 모순과 처신 등을 독설에 가까울 정도로 몰아친다. 그는 "기만과 변절을 일삼은 인사를 철저히 문책해 공익을 생각하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호전적 자세는비판의 대상으로 하여금 반론의 장으로 나와 바람직한 논쟁을 해보자는 의도가 깔려있다.지난 1월에 펴낸 창간호에서 강교수는 김대중 집권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경영전략의 허와실, 작가 이문열과 장정일, 가수 정태춘,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미국의 역사학자 다니엘 부어스틴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시도했다.
2권에서는 조갑제 김우중 유홍준 이인화 유시민 손호철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가장 두드러진 인물비평은 언론인 조갑제에 대해 "사실 물신주의를 숭배하는 광신도"라고 지적했다. 조갑제씨의 수구경향과 경우에 따라 말을 달리하는 태도, "보이는 것이 진실이다"는 독단을 펴는 조씨에 대해날카롭고도 직설적으로 파헤친 점이 돋보인다.
'3김을 넘어서'(푸른 숲)를 펴낸 서강대 손호철교수에 대한 비판은 지나치게 원색적이다. "한 영역 안에서 이해갈등을 벌이는 여러 세력 모두에게 형평을 기하자는 내 생각에 손 교수는 진보의이름을 앞세워 역사의 이름으로 무시하자고 한다"며 논쟁을 피하지 말것을 제안했다.박정희 전대통령을 다룬 소설 '인간의 길'(살림)의 저자 이인화씨에 대해서는 '스트롱 콤플렉스''영웅 콤플렉스'에 휩싸였다고 비판하고 박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문열.이동하씨를 "대구에서 받은 세뇌교육으로 무장, 국민 일부의 박정희 향수를 시장논리의 음모로 끌어들인다"고 질타했다.
최근 나온 3권에서 강교수는 이문열에 대해 "우리들의 일그러진 이문열은 시대와의 간통을 저지른 문화권력 농단자"로 매도했다. 철학자 김용옥씨에 대해서는 "위선적 언어에 도전하는 화려한투쟁가"로, 사무엘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을 "미국 패권주의와 백인 우월주의를 위한 음모"로 비판한다.
조순 서울 시장에 대해서는 "기회주의적 무임승차와 정치 혐오주의를 일으키는 인물"로 강도높게비판했다.
그러나 강준만 교수의 인물비평이 "언어폭력에 의한 비방으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고 인물에따라 형평성없는 논리에 의한 주관적 평가가 발견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와는 반대로 "건전한 토론문화의 장을 열고 공개적인 비판과 평가의 장을 마련해 사상과 사회분위기를 성숙케 하는계기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는 강교수가 요구하듯 자신의 인물비평에 대한 반론과 강교수에 대한 신랄한 인물비평이 제기될 차례다.
〈李春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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