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개표 이모저모

○…'이회창 102표, 김대중 108표, 이인제 101표'. 경북도내에서 김대중 후보의 표를 가장 많이 낸영양군 석보면 제3투표구 지역내 국민회의 영양, 봉화, 울진지구당에서는 19일 새벽 김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환호성.

특히 김대중 당선자와 정치역경을 함께해온 경북도의원 유상기씨(柳相基·60)는 감회에 젖어 눈물이 글썽.

'무더기표'이의 제기

○…구미시 갑선거구 개표장에서는 오후8시40분쯤 국민회의측 참관인이 "무더기표가 쏟아졌다"며이의를 제기, 개표가 10여분간 중단.

점검결과 투표용지가 4표와 6표씩 포개져 있었으나 지지후보도 여러후보인데다 무효표도 섞여있어 무더기표가 아닌것으로 판명.

○…구미시 갑선거구 개표장에는 자정이 넘으면서 참관인들 사이에 명암이 교차.국민회의측 참관인들은 취재중인 기자단에게 "압승했다"며 득의만만해 했으나 한나라당 참관인들은 침통한 표정. 국민신당 참관인들은 득표율이 저조하자 새벽1시쯤 개표장에서 철수하기도.○…총유권자의 77.5%%인 3만2천3백명이 투표한 영덕군은 18일 오후7시 개표를 시작, 3시간30분만인 오후10시30분쯤 검표과정만 남겨둔채 도내에서 가장 빨리 개표를 사실상 종료.투표용지 잘못 잘라 소동

○…18일 오후 7시30분쯤 울진실내체육관에서 개표도중 한 개표종사원이 가위로 부재자 봉투를개봉하다 투표용지까지 절단, 군선관위가 잘린 1장을 테이프로 다시 붙여 유효표로 인정하는등 한때 소동.

○…울진군 45개 투표소의 개표 결과 군소정당 후보로 전체 유효투표수의 4.2%% 밖에 득표하지못했던 권영길, 허경영, 김한식, 신정일씨등 4명의 후보가 서면 2투(유효투표수 7백89)에서는 이회창(4.1%%), 김대중(6.2%%), 이인제(10%%)후보보다 크게 앞선 79.7%%를 차지해 눈길.○…안동초등학교 실내 체육관에 마련된 안동시 을지구 개표장에서는 투표용지가 투표자수와 맞지않아 야당 참관인들의 강력한 항의로 개표가 중단되는 소동.

옥동 1투표구 투표함에서는 투표용지가 투표인수보다 1장이 많았으며 평화 투표구는 17장이 모자라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계수기의 이상 작동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판명.

개표요원 과로로 졸도

○…안동시 갑지구 개표장에서는 밤 9시50분쯤 개표 종사원 배계주씨(33·여·안동중학교 교사)가개표중 과로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 되기도.

○…5천여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경주용강공단 경우 기호4번 권영길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자 관람석의 지지자들이 환호.

근로자들은 기업의 경기악화로 감원과 임금동결등으로 어수선한 판에 노동운동에 힘을 실어줘 고맙다고 인사.

○…대구 달서을 국민신당 참관인들은 개표 초반부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이 80%%에육박하고 이인제 후보가 국민회의 김대중후보와 비슷한 13%%대의 득표율에 머물자 당황한 빛이역력.

이러한 추세가 중반까지 계속되자 "이럴 수가 있느냐"며 일부 참관인들은 개표참관을 포기하고 아예 TV 개표상황을 보러가는 등 김빠진 모습을 보이기도.

○…TV로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대구달서구청 공무원들과 달서경찰서 직원들은 국민회의 김대중후보가 계속 표차를 벌리며 당선이 확정되자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가 DJ당선의 일등공신이라며책임총리는 이인제 후보몫 아니냐"며 촌평.

릴레이투표 의혹제기

○…대구지역 개표는 별사고 없이 차분히 진행됐으나 몇몇 개표소에서는 국민회의측이 릴레이 투표 의혹을 제기하거나 선관위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 바람에 개표가 잠시 중단되는 등 소동.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마련된 대구 서을 개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가끔 2-3장씩 뭉쳐나오자 국민회의 한영애의원이 릴레이 투표 의혹을 제기, 개표가 4차례나 중단. 국민회의측은 결국 참관인까지 교체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다 "40년간 참았다"고 고함치고 이에 대해 다른 참관인이 "그러면지금 한풀이 하려는 거냐"는 맞고함으로 응수, 한때 시끌벅적.

○…역대 대선 사상 처음으로 김대중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개표 업무와 종합 상활실등에 근무하며 밤을 새던 일부 공무원들은 일손을 놓은채 지역 관가에 미칠 영향과 전망등에 대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한 공무원은 "행정 공무원 경력 30년만에 처음 야당 지역 공무원이 됐다"며 "꼭집어 뭐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상당한 변화를 가져 오지 않겠느냐"며 불안한 심정을 피력.○…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노인복지회관에 마련된 수성을 개표소에서는 개표 도중 투표용지 계수기 3대 중 2대가 고장나 긴급 교체되기도.

이를 본 선관위 관계자는 "어림잡아 쉬지않고 4백회 정도 가동됐으니 기계도 피곤한 것이 당연하다"며 "사람고생, 기계고생하는 선거개표작업도 이젠 개선돼야 한다"며 한마디.겹친용지나와 한때 긴장

○…대구시 동을개표소에서는 입석2동 투표함에서 함께 겹쳐진 투표용지가 나오자 국민회의 개표참관인이 이의를 제기, 한때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선관위 관계자들은 즉시 회의를 열었으며, 5분여 뒤 개표위원장이 "운반 도중 겹칠 수 있다"는 결론을 내자 참관인들도 이에 수긍, 개표를 속개.

○…18일 오후 11시 10분쯤 대구 달서을개표소인 달서구청 민방위교육장에서 조우한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과 국민회의 추미애 의원의 표정이 대조.

이해봉 의원은 달서 을에서 자당 후보가 70%%가 넘는 득표율을 보였는데도 전국적으로 국민회의김대중 후보가 7만여표차로 이회창후보를 앞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초조한 기색인 반면 추미애의원은 타당 참관인이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자 "표를 주지도 않고 뭘 그러느냐"면서도 흐뭇한 표정.

투표함 반입늦어 지체

○…대구시 수성구청 민방위교육장에 마련된 수성갑 개표장에서는 황금2동 제4투표함에 문제가발생, 개표장 반입이 늦어지는 바람에 개표 시작시간이 30여분 가량 지체.

문제의 발단은 투표인 명부 봉투에 찍혀있어야 할 투표위원장 및 투표사무원의 직인이 없어 국민회의측 참관인들이 원인 규명을 요구.

결국 투표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한 개표사무원은 "저런 식으로 투개표 업무 전반에 대해 불신하면 어떻게 선거를 하느냐"며 한마디.

○…18일 밤 12시를 넘어서며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근소한 표차로 계속 앞선 채 차이를 점차 벌이자 개표장과 수성구청 2층 회의실에 마련된 상황실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구청 공무원들은 나름대로 김대중 후보의 승리 요인과 이회창 후보의 패인을 분석하며 일찌감치앞으로 닥쳐올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에 대해 설전.

○…자민련 박철언 의원은 개표관람증을 소지하지 않은 채 18일 밤 9시쯤 대구시 북구을 개표소를 찾았다가 국민승리21 한 개표참관인이 불법임을 공식 제기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가는 촌극을 연출.

TV시청률경쟁 눈살

○…일부 방송사가 18일 오후 투표종료와 동시에 출구조사 결과를 공표한 것과 관련, "방송사의앞서기 경쟁에서 나온 성급함"이라는 일부 비판이 제기.

이와 함께 각 방송사들이 앞다퉈 개표결과를 파악하려고 하는 바람에 일부 개표소의 업무에 혼란을 초래, 주위의 빈축을 사기도.

○…대구 동구의 개표집계 결과 김대중 후보와 이인제 후보간의 표차가 거의 없어 대구시에서도특이한 지역으로 눈길.

특히 동구갑의 경우 18일 개표시작부터 밤 9시30분까지 꾸준히 김대중 후보가 근소한 표차로 이동구갑의 최종 집계 결과 양 후보의 표차가 26표밖에 나지 않자, 관계자들은 "구청장이 자민련 소속이란 점이 투표에 영향을 미친게 아니냐"며 나름대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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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DJ 야권지역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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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선거 투표결과 대구 경북지역은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표의 결집력이 강력했다. 국민회의 김대중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대구 경북지역은 이회창후보에 대해 전국최고의 지지를 표명했다. 대구 71.9%%, 경북 60.6%%라는 지지율은 김대중당선자에 대한 지지율이 확고한 광주 전남북지역을 새로운 여권으로 부상시킨 대신 이 지역을 새정부에 대한 견제세력으로 강력한 야권지역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역정가는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지역정치권이 새로 분열되기보다는 '반(反) DJ'로 더욱 단단히뭉쳐질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있다. 이같은 예측은 선거결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구와 경북에서 DJ당선을 위해 뛰었던 자민련 박철언, 박태준의원의 대구수성갑, 포항북구등 자신들의 지역구에서 김대중후보 득표율이 지역평균에도 못미치는 겨우 12%%대에 그친 반면 이회창후보 지지율은 오히려 지역평균을 웃도는 득표율을 기록한것이 그 방증이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민들이 보여준 투표성향은 그 대상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라는 명분보다는반DJ정서의 표출 그 자체라는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역대 이지역출신 어느 대통령보다도 높게보인 이번 이지역 지지율은 김대중당선자에게는 집권기간내내 정권견제세력으로 남아있을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국회의원의 석수에서 과반수에 못미치는 국민회의로서는 지역의원 영입등을 통한 안정세력확보에 정성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나 투표결과 나타난 지역정서로 볼때 쉽지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당선자로서는 여소야대의 정국을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 의원들의합류로 개편해갈수는 있어도 적어도 영남권 의원들의 움직임은 기대하기 어렵게됐다는 분석이다.이같은 정치상황은 선거직전 무소속의 문희갑대구시장을 비롯, 대구시구청장 군수와 경북도 시장군수및 시.도의회의원들의 집단입당으로 예고됐다. 자민련 이의익 박종근 안택수의원과 무소속 이해봉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은 이회창후보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지역의 정치의지는 한곳으로 모은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졌다. 지역 정가에서는 "당장 내년5월의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아닌 어떤 정당소속이나 무소속으로는 당선되기 어려울것"이라며 미리 벽을 쌓는 분위기다.한편 자민련에 남아있는 TK의원들은 나름대로 중앙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여갈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지역출신의 자민련 박철언 김복동의원과 국민회의 박정수의원은 선거과정에서의 공적에다지역감정 해소차원에서도 중앙무대에서 중용될수 있을것으로 보이며 박태준 박준규의원도 원로로서 공과를 인정받아 중앙무대에서 일정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선거결과 그들이 보인 득표력으로는 적어도 지역에서의 선출직 당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이며 또 중앙정치권에서의 역할분담도 낙관할수만은 없다는 가능성도 점쳐지고있다. 지역정치권에서는 오히려 그들의 역할이 없어질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있다.

한편 국민신당의 경우 지역에서의 이번 득표결과가 당초 여론조사 지지율보다 낮게 나타나 앞으로 지역에서의 역할이 의외로 낮게 평가될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성향이 한나라당과의 합류보다는 한나라당과 합당한 구 민주당 세력및 일부 초선의원들과 함께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갈수도 있을것이란 예상도 나오고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예측들도 모두 중앙정치권의 흐름과 맞물려있어 이회창후보와 조순총재및 이한동 김덕룡의원으로 대표되는 한나라당의 내부사정, 내각제추진을 전제한 국민회의와 자민련과의관계, 국민신당의 존폐여부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상황은 천변만화 달라질 수 있다.〈李敬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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