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젖먹이를 사고 팔다니

속칭 '앵벌이'라고 하는 것이 존재해온지 오래다. 육교나 지하차도 등에 남루한 차림의 어린이가하루종일 손을 벌리고 엎드려 있는 모습이다. 간혹 경찰이 단속에 나서곤 했지만, 누가 시킨 강제노동인지 밝혀내기가 어려웠다. 철저한 '묵비권 행사'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만큼 강제노역을 시키는 인간의 탈을 쓴 그들은 어린아이에 어떻게 세뇌시켰는지,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그런데 이들 앵벌이들 중 상당수는 태어나면서부터 '인신매매시장'에 팔려나왔다는 것이다. 믿고싶지 않다. 갓난아기를 매매 알선하는 곳은 산부인과의원 또는 조산원인데, 극빈자들도 영아(▒兒)를 팔아 먹는다는 것이다. 경찰은 해당 의원.조산원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하니, 결과를보고싶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인간들이 어떤 면면들인지 꼭 보고싶다.

이번에 불거진 영아매매사건은 서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지방에도 얼마든지 앵벌이구걸을 볼수 있다. 개중엔 생활능력이 전혀 없는 무지한 부모가 시켜서 하는 어린이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앵벌이 대부분은 범죄조직에 의해 강제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 나라전체가 IMF에 매달려 있다보니 사회구석구석에 참담한 현실이 벌어져도 무감각해지기 쉽다. 그러나 엄청난 사건이다.

사실 어느 도시에나 걸인.부랑아가 있을 수 있고 그것이 화려한 도시의 그늘 진 한 단면이기도하지만, 갓난아기때부터 돈을 주고 사고 팔고 있고, 팔린 아기는 걸음걸이 시작하고 부터 구걸행각에 내 몰리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우선 경찰은 병원.조산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하고 아기를 사가는 사람이 '조직'이든 개인이든꼭 밝혀내 엄벌 처리해야한다.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떠도는 사람도 많아졌고 일반 앵벌이도 숫자가 더불어나고 있지만, 이번 영아매매같은 천인공노(天人共怒)할 범죄는 반드시 국민의 이름으로 전모가 밝혀지고 강한 처벌을 해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과거에도 사회타락현상이 숱하게 빚어졌지만, 오늘의 이 문제만큼 사회가치가 몰락하는 감을 준적은 없었다. 인명경시풍조가 심화돼 오긴 해도 이처럼 막다른 길에까지는 가지 않았다. 아무리경제난 극복이 시급한 과제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사회도덕률이 붕괴한다면 '경제'가 무슨 가치를가지는 것일까. 인간의 존엄성, 생명의 고귀함을 크게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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