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형곡초교의 정병석교장(62)은 아이들에게 '컴퓨터 교장'으로 불린다. 정교장의 컴퓨터도 '사랑의 메신저'란 별명을 갖고 있다. 컴퓨터로 아이들과 대화를 하며 '친구'가 된뒤 붙여진애칭이다.
정교장은 학교에 가면 버릇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학교 컴퓨터통신망에 '접속'한다.'어떤 녀석이 편지를 보냈을까'
'똑!똑!교장실'. 형곡초교 PC통신학교인 '이야기 꿈동산'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로, 정교장이아이들과의 대화를 위해 만든 방이다.
"교장 선생님 저 지혜예요. 오늘은 배가 아파 고생했어요. 배탈이 났는지…. 스승의 날이나 일요일에 교장선생님을 찾아뵈도 괜찮겠죠? 후배들에게 좋은 누나, 멋진 언니가 되고 싶어요. 참, 교장선생님은 제 얼굴 모르시죠. 저는 교장선생님 얼굴을 아는데. 섭섭해요" '강지혜 올림'.정교장은 바로 답장을 쓴다. 글자를 한자씩 쳐넣는 손은 굳고 더디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묻어있다.
"지혜야, 아픈 배는 다 나았니? 학생이 2천1백50명이나 돼 얼굴을 일일이 기억못해 미안하다. 이해해 주렴. 지혜가 가장 많은 글을 보내줘 한번만 만나면 얼굴을 절대 잊지 않을 것 같구나. 중학교 진학 준비에 소홀하지 않도록 부탁한다" '정병석 띄움'
정교장이 컴퓨터를 배운 것은 지난해 여름방학 교장연수때. 컴퓨터를 다루는데 서툴지만 곧바로학교통신망에 대화방을 만들었다.
반응은 정교장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 아이들의 진솔한 편지가 줄을 이었다.
지금까지 8개월여간 주고받은 편지는 무려 6백50여건. 담임선생님에게도 말못한 건의사항, 질문,상담 등등. 한 번 친해진 아이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던 교장선생님이 할아버지이자 친구가 되는 순간이었다.
"졸업했지만 제 아이디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 편지를 보내고 싶어요. 어느 학교에 배정받더라도교장선생님처럼 자상하고 훌륭하신 분은 만날 수 없을거예요. 정말 슬퍼요···"'그리운 모교를생각하며 서효정올림'
재미가 난 정교장은 지난 겨울방학 때도 아이들에게 답장하려고 일주일에 3~4일씩 학교에 나왔다.
정교장은 "3년뒤 정년퇴임때 '어린 천사들'의 아름다운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고 싶다"며 작은 소망을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