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남보성 茶 재배지

산자락 휘감은 녹색물결 장관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때로는 차 한잔의 휴식이 필요하다. 은은하게 우러나는 맛과 향을음미하면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햇차가 나오는 4월 하순. 차향기 가득한 서편제의 고향 전남 보성으로 여행을 가보자. 한잔의 차에서 자기 성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인근 관광지를 둘러 보는것도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전남 보성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 재배지다. 기온과 습도가 차 재배지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국내 차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보성에서는 해마다 곡우(4월20일)전 남해의 해풍과안개를 머금고 나온 차잎을 따 햇차인 우전차를 만든다. 차잎이 참새의 혀를 닮아 작설차(雀舌茶)라 부른다.

차는 잎의 채취시기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곡우 전후 수확하면 우전차, 우후차로 부른다.입하(5월6일)때 딴것은 입하차, 망종(6월6일)과 입추(8월8일)때 채취한것은 매차, 추차라 부른다.보성읍에서 율포해수욕장으로 20여분 달리다보면 다원이 나타난다. 차밭이 녹색물결을 이루며 산자락을 휘감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은은한 차향기가 산바람을 타고 코끝에 전해온다. 보성의차밭은 40년대부터 조성되기 시작, 현재는 3백만 정보에 6백만그루의 차나무가 재배되고 있다.보성에는 대한다원, 옥로다원, 동양다원등 대규모 차 농장이 있다. 옥로다원, 동양다원에 가면 차시음장이 있어 금방 나온 햇차를 맛볼 수 있다.

보성 인근의 가볼만한 유명 관광지로는 낙안읍성 민속마을과 조계산 자락에 자리잡은 송광사, 선암사가 있다. 순천시 낙안면에 위치한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우리나라 대표적 읍성마을이다. 관아와 객사, 1백50호의 가옥이 보존되어 있다. 이곳 읍성마을은 다른 민속마을보다 친근감이 앞선다.전시용인 용인 민속마을, 양반마을인 안동 하회마을과 달리 우리 서민들이 살아왔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성안에 1백8세대가 생활하고 있어 곳곳에 짚가리가 세워져 있으며두엄냄새가 물씬 풍긴다. 처마에 대롱대롱 매달린 명태와 마당 한켠의 절구통이 옛스러움을 더해주는 마음의 고향이다.

조계산 자락에 자리잡은 송광사는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승보사찰로 유명하다. 절 아래 주차장에서 일주문을 거쳐 절 입구 우화각에 이르는 산길을 걷다보면 몸이 가뿐해지고 정신이 맑아짐을느낀다. 송광사 대웅전 앞 마당은 다른 절에 비해 넓고 정결하다. 조계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승보전, 지장전이 자리잡고 있어 웅건한 기상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또 각 전마다 피어오르는 향과 적막을 깨뜨리며 울려퍼지는 은은한 목탁소리와 낭랑한독경은 불자가 아니라도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선암사는 조계산에 있으면서도 송광사의 명성에 눌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 송광사가 선종을 상징하는 절이라면 선암사는 교종의 대표적 가람이다. 선암사를 오르는 길은 어느때를 찾아도 속세를떠난듯한 기분이 들만큼 조용하고 운치있다. 일곱선녀가 목욕을 하고 올라 갔다는 계곡이 길게이어져 있다. 절입구에는 아치형 돌다리 승선교가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물에 그림자를담근채 세월을 간직하고 서 있다. 40여동의 건물이 빼곡이 들어선 선암사는 영남의 절과 다른 토속미를 풍긴다.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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