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유감'(遺憾)이라는 말이 국어사전에는 마음에 차지 않아 아주 섭섭하다든지, 언짢게 여기는마음이라고 풀이돼 있다. '감'(憾)은 '원한을 품는다' '섭섭하다'는 뜻도 되지만 '근심한다'는 의미도 품는다. '그런 감정을 남긴다'는 말이 곧 '유감'이다. 하지만 이 말이 정치하는사람들에 의해 그 의미가 크게 변질돼 '책망한다'는 뜻으로 바뀌었으며, 이젠 거의 그렇게통용되고 있는 것 같다. 유감(有感)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16명의 시.도지사와 2백32명의시장.군수를 비롯 광역.기초의원 등 총 4천3백54명의 지방의원을 동시에 뽑는 4대 지방선거날이다. 어제 자정으로 선거운동은 막을 내렸다. 이제 그 결과도 곧 밝혀지게 되지만 그동안선거운동 과정을 지켜보니 정말 '유감' 투성이였다. '지역주의'라는 깊은 병이 더욱 덧나는느낌이었고, 서로 물고 뜯는가 하면, 흑색선전이 판을 쳤다. 과거보다 금품수수와 관권시비는 줄어들었다고 하나 '공천장사'가 여전히 횡행했고, 장관이 선거 개입혐의로 선관위의 경고를 받는 등 혼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학교수 출신 국민회의 현역 국회의원의 동생이시장후보 공천을 빌미로 4억원이나 챙겨 고발당한 사건은 그야말로 유감이었다. 전 나주시장 후보 공천을 조건으로 지구당 부위원장이 국회의원의 동생에게 4억원을 건넸으나 공천을못받아 불거지게 된 고발사건이지만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심지어 이제 와서 이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빌렸다고 발뺌한다니 그야말로 '유감'이다. 그간 국회의원 공천장사가 중앙당의 실세를 중심으로 전국구는 수십억원, 지역구는 몇억이라는 소문이 정치권내에서는 떠돌기도 했다. 그런데 지자제 이후에는 그런 부정부패의 전형이 현역의원, 지구당 위원장에까지번진 감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뿌리내리기'를 위해 선거에 돈거래를 하는 암적인 존재는 철저히 적발하고 엄벌해야 마땅하리라 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