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밤 대구 두류공원에서 만난 현아(15·여·이하가명). 집 나온지 3일째. 술만 먹으면 때리는 아버지가 싫고 대학생인 오빠마저 공부 못한다며 자신을 구박해 집을 나왔다는 것. "집 나온 첫날 밤에는 겁도 났지만 아직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오토바이를 탄 '오빠'가 오자 뒤에 탄채 도시의 불빛 속으로 휑하니 사라졌다.
중학교 3학년인 성수(15)는 학교 가기가 싫다. 공부도 못하고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다.아버지는 어릴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이른 아침에 일나가 밤늦게 돌아 오신다. 성수를 기다리는 것은 항상 텅빈 집과 '외로움' 뿐. 초교 5학년 때부터 어울린 동네 형들은 성수를 인정하고 따뜻하게 대해줬다. 그래서 형들을 따라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기도 했고 가출도 여러번. 지난달엔 7일 동안 집을 나갔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성수이지만 언제 뛰쳐 나갈지 자신도 모른다.
일요일까지 학생들을 붙잡아 두는 입시위주의 획일적 학교, 부모의 지나친 기대감, 선생님의차별대우, 빗나간 교우관계, 좌절감 등. 이런 스트레스들이 10대들을 우울증, 강박관념, 자폐증 등으로 병들게 만든다.
중고생 3명 중 1명이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으며, 10명 중 4명은 가출충동을 경험했다는한 청소년상담실의 조사 결과는 어른들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중학교 2학년 정민이(14)는 가끔 달리는 차를 향해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가 어린 정민이를 절망에빠져들게 한 것.
반에서 1, 2등을 하는 경수(17·고2년)는 시험 결과가 나올 때면 두렵다. 성적이 떨어져도걱정이지만 성적이 잘 나와 선생님의 칭찬이라도 받으면 아이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겁난다.얼마전 3, 4명의 덩치 큰 친구들에게 몰매를 맞기도했다. 성적때문에 선생님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폭력으로 항변하는 것이다.
10대들이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가정, 학교, 사회 그 누구도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이들이 부모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건강사회구현을 위한한의사회 서대현 회장(42)은 "아이들이 학교란 공간에 갇혀 정신적·육체적 장애를 일으키는 임상 사례가 많다"며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도 우울증이나 강박관념으로 학습장애나 심한 공황장애를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상담실, 성상담전화 등에는 성문제로 고민하는 10대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이들중 상당수는 임신상태. 한 여고생은 3번의 중절수술 경험이 있는데도 또 임신을 했다는 것.이 학생은 아직 피임 방법을 모르고 있다고 했다. 제대로 된 성교육이 시급한데도 가정과학교, 사회는 이를 덮어두려고만 한다. 어른들은 이런 문제가 터져나올 때마다 음란서적, 음란비디오 등 유해 환경을 탓하거나 학생만 나무란다. 왜 그런 행동을 하고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됐는지…. 그들만의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쉽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에 대한 좌절감으로 방황하는 아이들도 있다. 모공고 2학년 20명을대상으로 진로를 상담한 결과 15명이 '물장사'를 하겠다고 대답했다 한다. 웃지 못할 현실.기술을 배워서 취직하기도 힘들고 물장사, 당구장, 노래방 등을 하면 돈 벌기 쉬울 것이란철없는(?) 생각에서 나온 대답이다.
대구시청소년상담실 배제현부장(37)은 "10대들의 가출, 폭력 등은 애정결핍이 주된 원인"이라며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가도록 가정과 학교가 이들의 고민을 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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