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할 이의근(李義根) 경북지사는 현재의 경제 위기 상황을 앞으로 4년간의 도정에 가장 큰 부담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3년전 첫 임기를 시작할 때와는 여건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 모든게 변해 버린 것이다. 앞으로 4년은 새로운 천년을 연다며 가슴 부풀어 했던 바로 그 세기의 전환점을 품고 있는 시간. 그러나 지금은 '뼈빠지게' 노력한들 4년 이내에 작년 수준 만큼이나마 우리 삶의 기반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 조차 믿음이 안가는상황. 때문에 이지사 역시 답답한 상황에서 다시 출발점에 선 셈이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발전'과 '개발'만 얘기하면 되던 시대는 갔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지금은 개발만의 시대가 아닙니다. 경제 위기 극복을 도정에서도 가장 중심 삼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기가 10년 백년 계속 될듯이만 생각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장래 역시 대비해야 합니다. 가깝게도 보고 멀리도 보자는 겁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최우선으로 하되, 밑바닥에서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차분히 전진토록 할 것입니다.-그같은 큰 구도는 어떤 전략 아래 진척시킬 생각입니까.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전략은 경쟁력 있는 산업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래야 일자리도 많이 생겨 최종적으로는 실업 문제도 해결됩니다. 이를 위해 이미 해 오던 해외시장 개척 등을 강화해 지역 중소기업들을 부축할 것입니다. 이들은 개별로는 힘이 달려 혼자선 그같은일을 해내기 힘듭니다. 또 기술 경쟁력 있는 새로운 기업, 흔히 말하는 벤처 기업이 쉽게 잘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장기적 대처 전략은 중장기 발전 계획인 '21세기 신경북 비전'을 최근 상황에 맞게 되다듬어 골간으로 삼을 것입니다.
-경북도가 지방정부인 만큼, 지역 발전 쪽이 더 관심이 가는군요. 4년의 새 임기를 끝낼 즈음엔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큰 프로젝트들만이라도 얘기해 봅시다. 4년 뒤엔 중앙고속도, 경산·청도·밀양을 거쳐가는 대구~부산 새 고속도, 김천~포항 고속도 중 대구~포항 구간 등이 완공돼 있을 것입니다.중부내륙 고속도 중 대구(현풍)~구미 구간은 완공 단계에 접어들고, 새로 포항~삼척, 영덕~청주, 울진~천안, 영천~태백 고속도가 건설 준비를 끝내갈 겁니다.
포항·예천 공항 확장 사업이 완료돼 이용이 편리해져 있을 것이며, 울진공항 신설이 거의완공 단계에 들어 가고 울릉 공항 역시 적어도 착수 단계에 이를 것입니다.
대구지하철 경산 연장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가시화 단계에 도달하고 동해 중부선 철로 신설 역시 진척돼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환태평양 시대의 관문이라는 포항 신항만 사업도 접안시설, 방파제, 배후 건설 등에서 뚜렷한 공정을 보일 겁니다.
북부권 5개 개발 촉진지구 중에선 소백산지구(문경·예천·봉화), 산악휴양지구(영주·영양),중서부지구(상주·의성) 등 3개 지구의 정부 부담 기반시설이 완료됩니다. 안동호지구(안동·청송) 및 동해안지구(영덕·울진) 사업도 이때는 본격화 될 것입니다. 다만 민간자본의 투자가 어느 정도 따라 줄지가 걱정이 돼 총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그외에도 안동 국가공단 지정, 구미공단 4단지 조성, 테크노파크 및 정보연구단지 조성 등이큰 진전을 보일 것이며, 국학진흥원은 문을 열었을 겁니다.
-어느 사업 없이 중앙정부 태도 및 지원과 밀접히 연결돼 있군요. 그러나 중앙정부 역시 재정난에 빠졌으니 문제입니다. 어떻게 귀한 돈을 얻어 오겠습니까.
▲국가적 어려움이 큽니다. 그러나 자신 있습니다. 도 사업을 중앙정부와 별개로 독불장군식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쪽 중장기 발전 계획을 면밀히 분석해 그것에 접목시켜 우리 계획을 짜고 시책도 개발하는 것이 그 돌파구입니다. 또 정부·국회를 진실되게 설득하는 것도 방책입니다.
-얻어 오는 돈도 중요하지만 자체 수입도 중시돼야 할 것입니다. 경제 위기로 도 본청의 연간 자체 세금 수입이 작년의 3천7백억원대에서 앞으로 2천억원대로까지 떨어질 것이란 회의론까지 있습니다. 대책이 있겠습니까.
▲물론 궁극적으론 현재의 경제위기가 극복돼야 지방재정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의 최선책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지방정부의 중요한 재원 중 하나는 중앙정부가 내국세의 13.27%를 떼 나눠주는 '교부세'입니다. 이것은 특별시나 광역시는 거의 못받는 것이어서 특히 도(道)에 중요합니다. 그 교부율을 올릴 조짐이 있습니다. 18%로 올리면 우리 도에는 연간 7백억원 가량이 더 돌아오게될 것입니다. 현 정부의 1백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어 실현되리라 기대합니다.사회기반 시설 건설에 외국 자본 유치 방안도 찾고 있습니다. 적정한 사업부터 물색 중입니다. 또 중요 건설 사업을 중앙정부 몫으로 돌려 해결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새로 만들어야할 중요 도로를 중앙정부 도로(국도)로 지정케 하는 것입니다.
현 정부가 '지방정부를 강화해 국가 전체를 강하게 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어서, 특별교부세의 일반교부세 전환 사용 허용 등 또다른 부양 조치를 강구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정부의 일부 과세권도 인정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재정 확충도 중요하지만 운용도 그 못잖습니다. 지난 3년간 도 가용 재원을 너무 작은 사업들로 쪼개 집행함으로써 큰 사업을 못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만? 그 액수가 연간 1천5백억원쯤 되지요.
▲그런 면이 있습니다. 지방자치의 폐단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모으면 큰 프로젝트를 몇개할 수 있습니다. 종전의 임명직 지사라면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큰 도로 한개 내기 보다는 구석구석 도민 생활에 필요한 작은 사업들로 나눠 쓰는것도 뜻이 있습니다.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면적이 넓으면서도 기반시설은 뒤져 있습니다.농어촌 작은 마을들엔 진입로 조차 제대로 안돼 있었습니다. 상수도가 없기도 하고, 주택도허물어졌습니다. 골목길은 좁아터졌고 부엌은 정떨어지게 돼 있었습니다. 이걸 해결하지 않고는 떠나는 도민을 붙잡을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중앙정부가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지방정부 몫이지요. 그래서 소위 '소규모 숙원사업'들에 돈을 들인 것입니다.
대신 큰 사업은 중앙정부 돈을 끌어와 하는 작전을 썼던 것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도청 이전을 공약하시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돈이 있다한들 그런 일에 쓸계제가 아닐 것입니다. 정말로 할 생각입니까.
▲잘못 이해됐습니다. 실제 옮기는 일은 더 뒷날의 얘기입니다. 돈은 그때 들 것입니다. 임기 중 하려는 일은 '어디로 옮길 것인가'만 결정하려는 것입니다. 이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도 엄청난 시일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이것만 결정되면 이설 공사 쯤은 비교 안되게 쉬운 일일 것입니다.
-도청의 역할이 희미해졌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도민 생활과 직결된 업무는 거의 시군으로넘겨져 역할 공동화 현상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각 시장·군수는 독립된 것처럼 행위하고, 도(道)는 공중에 떴다는 인상을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말 역할이 없어졌다면, 마침 구조조정 시기도 닥쳤으니 도청 조직을 확 줄이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특별시·광역시와 비교해 흔히 그런 인상을 받는 것으로 압니다. 광역시는 역할이 우리도 안의 시군과 비슷한 일선 기관 격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하면 도청은 역할이 적지요.그러나 도(道)는 대신 중앙정부적 성격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사업을 대신해 집행하는 것이 많은 것입니다. 특별한 성격이 이해돼야 합니다. 시장·군수와의 공조도 그런면에서 잘 되고 있습니다.
-먼젓번 선거 토론회에서 "차기엔 출마하지 않는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셨다는데요? 또정무부지사 선임도 해야 할 시기입니다만, 경비 절약 차원에서 공석으로 두면 안될까요.▲"다음 자리를 목표로 일하지 않는다"는 말이 오해됐나 봅니다. '공직은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는 믿음을 지금도 갖고 있습니다.
경제위기 극복 등을 위해서는 정무부지사를 둬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좋은 사람 있으면 도-어려운 시기일수록 도민과 함께 해야 고비 넘기가 수월할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씀도 많겠지요.
▲지난번 선거 과정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다시 배웠습니다. 믿고 살림을 맡겨주신 3백만 도민 여러분의 뜻을 묶어 21세기 위대한 경북의 꿈을 꼭 이루겠습니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데는 서로 돕는 마음이 가장 큰 힘입니다. 함께 팔을 걷고 '우리는 꼭 성공하고야 만다'는 것을 꼭 보여 주십시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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