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4월에 창립된 대구YWCA 초대회장(1923~1925, 제4대 회장 1932~38)을 맡았던 임성례여사(1893~1965)는 '명도학원'을 세워 근대교육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개화를 이끌었고, 믿음 때문에 28일간 구금생활까지 당했지만 결코 쉽게 꺾어지지 않고, 금주운동을 폈던 여성계몽운동가이다.
그러나 기록을 중시하지않는 민족성에다가 6·25를 겪으면서 임여사가 남긴 자료들이 모두멸실돼 그의 행적을 온전히 담아내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임여사가 오랫동안 권사로 활동했던 '대구제일교회 90년사'(대구제일교회 90년사 출판위원회 발행), 제1회 졸업생이며 초대 동창회장을 역임한 신명여고에서 최근 발행한 '신명90년사', 경북도 부녀과장을 역임한 이옥주씨가 저술한 '한국근세여성사화'(규문각 펴냄)의단편적인 자료와 유가족들의 증언을 종합, 그의 발자취를 일부나마 재편할 수 있었다.임성례는 활달한 성격과 여성개화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믿음에 입각, 모교와 교회,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꽤 비중있는 족적을 남겼다.
'신명 90년사' 97쪽에는 여성고등교육의 효시인 신명학교의 제1회 졸업생인 임성례가 초대동창회가 구성된 1914년부터 1921년 제2대 송숙이(10회)가 회장을 맡을때까지 7년이상 회장을 맡으며, 신명동산을 지키는 사랑의 열쇠를 물려주었다고 적고 있다.
미션계인 신명학교를 졸업한 여성들은 자연히 여전도회 연합회 활동의 중심축이 되어 중국산동성 조선 선교사업을 위한 올갠보내기(1922년), 울릉도 여전도인 파송, 동산병원 전도인파송등 여러일을 폈는데, 임성례는 1928년 경북여전도회연합부회장을 맡기도 했다.20년대 대구여성계의 지도자로 우뚝 선 임성례는 모교에 대한 폐쇄적 사랑만 펼쳤던게 아니라 대구지역 여성의 전반적인 개화·계몽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대구YWCA초대 회장을맡으면서 명도학원(命道學院)까지 설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제일교회 90년사' 120쪽에는 "임성례가 대구여자기독청년회 초대 회장에 취임하여 10여년간 회장으로 근속하면서 여성교육을 위해 명도학원을 설립 운영하였으며, 기독교적인문화사업, 생활개선 운동 및 자선사업 등에 많은 활동을 하였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명도학원 운영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세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요즘도 기업·단체 이미지는 톱(=회장, President) 이미지(Image)에 좌우된다고 해서 'PI'를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사회가 미분화되고, 여성단체의 활동이 미미하던 시절에는 대표의 성향이 단체의 성격까지 좌우했다.
초창기 대구여자기독청년회가 민족주의적인 색채를 띠면서 가정생활을 합리적으로 이끌도록계몽사업을 펼친 것도 초대회장 임성례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시나리오는 임성례의종교활동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임성례는 대구제일교회 권사(남성으로 치면 장로)를 오래 맡았는데 1933년 대구에서 열린제4회 전조선주일학교대회에 대구교회 부인대표로 환영사를 했다. 10월6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간 계속된 이 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수천명이 참가, '우리는 누구를 배울까'라는 제목의 설교를 듣고 술마귀를 추방하기위한 '주마 정벌군'(酒魔征伐軍) 결단식을 가졌다.술마귀를 정발한다는 주마정벌군 결단식은 성경에 근거를 두고 있다. 술은 절제생활을 방해하는 악마로 생명과 재산을 빼앗고,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하고 술때문에 타락하여신을 거역하게 된다는 것이다. 루터는 '술집은 신의 교회를 대적하는 적진'(敵陳)이라고 하였는데, 믿는 이들이 주마와 싸우지 않고는 견딜수 없다는 것이 주마정벌군을 조직한 이론적 근거였다.
미션계 여성단체, 미션계 학교, 교회를 통해 여성개화와 생활계몽을 위해 헌신한 임성례여사는 대동아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세계만국기도회 사건으로 대구경찰서에 연행, 28일간 구류생활을 하는 고난을 받았으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종교적 삶을 끝까지 살고72세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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