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기피인물'이란 이유로 자국 주재 한국 외교관 1명을 추방함으로써 시작된 한국과 러시아간 외교전이 소강 국면에 들어간 가운데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지가 17일 한국정보기관의 러시아내 활동상황,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측의 과거 불미스러웠던 '첩보 미수사건'들을 언급하고 나섬으로써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즈베스티야는 러시아 정보당국이 지난 93년부터 최근 몇년동안에만 3차례에 걸쳐 한국 정보기관의 활동에 제동을 걸었으며 그때마다 한국측으로부터 사과성 해명을 받았었다고 전제, 이번 조성우 참사관의 경우에는 이같은 해명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첩보미수사건 사례로 △ 지난 93년 7월 한국 요원들이 한 러시아 장교로부터 극비자료를 입수하려 했으며 △95년에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벌목공들을 가짜 여권을 통해불법으로 한국으로 이송하려 했고 △지난해에도 한국 요원들이 핵 문제와 관련된 비밀정보를 매입하려 했다고 열거했다.
이 보도가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한.러간 외교전은, 적어도 러시아측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올레그 아브람킨 주한 러시아 참사관을 맞추방한 이후 최고점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조 참사관을 본국 송환키로 한 사실을 통보한 뒤, 곧이어 '한국측이 이 사안을양국 관계에 분란을 일으키는 계기로 삼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외무부 공식 성명을 덧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측은 러시아 외교관을 맞추방키로 결정했으며, 그 즉시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인호 주러시아 대사를 외무부로 초치, 러시아가 추가의 대응조치를 고려하고 있음을 공식 천명하는 등 이번 사안에 대한 러시아의 강경한 입장을 강조했다.그러나 이후 양국은 물밑접촉 등을 통해 소강국면, 정확히 말하자면 외견상 '무리없는 해결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양국 관련 당국들도 이번 사안을 최소한 공개적으로는 더 이상 확대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대부분의 현지 언론들도 이번 사안이 양국간 경제.군사 협력 등 분야를 위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잇따라 보도했다.
양국간 외교전이 이처럼 평화적인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이즈베스티야의 보도는 이 때문에 미묘한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신문이 지적한 한국 정보기관 첩보 미수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당시 공식화되지도 않았던 이런 사안들을 비교적 공신력있는 신문이 연도와 내용을(대략적이긴 하지만) 적시하면서보도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짚고 넘어가야할 점은 이 보도가 나오기 얼마전 이종찬 안기부장이 조 참사관의 본국 송환조치는 '러시아내 외무부와 정보기관간의 알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이 조치에 대한 배경 설명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 설명이 정작 사실이라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조리를 들어 자국의 조치를 설명하면서 한국측의 합당한 설명을 기대하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 설명은 고사하고 오히려 상대측 조치의 배경을 들춰내는 한국측 책임있는 당사자의 발언이 곱게 보일리 없다.
우리 정부는 오는 26일 마닐라에서 열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외교관 맞추방건을 러시아측에 '해명'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예브게니프리마코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현재 이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현지의 분석이다.이즈베스티야지는 연방보안국(FSB) 소식통을 인용, 조 참사관과 만나던중 현행범으로 체포된 발렌틴 모이세예프 외무부 아주 1부국장은 FSB가 '오랫동안' 추적해온 인물이라고 덧붙였으며, 프리마코프 장관도 앞서 "모이세예프에 대한 FSB의 수사시작과정에서 자신을비롯, 외무부 일부 최고위급 간부들에게 이같은 내용이 통보됐었다"고 밝혔다는 점도 짚고넘어가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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