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교도소는 같은 담장을 쓴다고 한다. 국회 담장위를 걷다 한발만 잘못 디디면 교도소로 흘러들게 된다는 말이다. 유언(流言)에 지나지 않지만 이 말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15대국회에서 국회와 '국립호텔'을 오락가락한 인사들은 적지않다. 한나라당 홍인길, 정재철, 황병태, 국민회의 권노갑씨는 바람인지 실족인지 호텔살이를 했다. 반대로 김근태씨처럼 호텔을 전전하다 국회로 입신한 경우도 있다. 이신행 같은 이는 국회 담장에 매달려 몸부림 치는 바람에 교도소 담장까지 흔들거리고 있다.
이런 모습을 너무 많이 봐온 탓일까. 지역의 어느 언론 대선배는 우리나라에서 정치개혁은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각 정당 속에 든 인물들이 한통속이어서 집권정당이 아무리 바뀌어도 정권의 성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정권이 들어서면 앞선 정권의 실력자들을국립호텔로 보내고 자신도 정권종료와 함께 국립호텔 신세를 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따라서 새인물들로 새판을 짜는 혁명적 방법이 아니고서는 정치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었다.
---국회·교도소는 같은 담장(?)
이런 부패구조를 짐작케 해주는 정가 주변의 스토리는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쩨쩨한 이야기 한토막만 인용하자. 요즘은 사라졌겠지만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의 술자리에서는폭탄주 한잔 마시는 팁이 10만원이었다고 한다. 폭탄주잔에 수표를 돌돌 말아 접대부에게건네준다는것. "저런 놈들이 나라 주인노릇을 하니 불쌍한 것은 국민들 뿐이지"라는 우국(憂國)의 소리가 접대부의 입에서 터져나왔다고 한다.
김대중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새 이슈로 제시했다. 이즈음의 정치개혁은 보통의 의미를 갖는것이 아니다. IMF 위기상황은 '무능' 보다 '부패'에 더 큰 원인이 있었다. 여러 역사의 선례가 말해주듯 한국의 몰락은 경제적 외침(外侵)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국가 지도층의 윤리붕괴가 그 발단이었다. 그런 탁류가 사회를 지배하면서 국가전체가 마취상태에 빠져 있었던결과였다. 그래서 이번 정치개혁은 한겨울 얼음물에 몸을 담그는 재계(齋戒)의 자세로 추진되어 마땅할 일이다.
---지도층 붕괴로 나라 몰락
또 한가지 빠뜨려서 안될 조건이 있다. 개혁은 대통령의 최측근을 냉엄하게 정리하는 것으로 시발점을 삼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권력을 감당할 수 없는 작은 그릇들을 솎아내고, 부패의 기미가 보이는 과거의 동지들을 과감하게 척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개혁의 토대다. 내 새끼, 내 팔, 내 지역을 생각하면 개혁은 열에 열, 정치이기주의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개혁이 끝나고 나면 국립호텔 신세를 져야하는 과거의 교훈을 되풀이하게 된다. 멀리갈것도 없이 YS정권이 그랬다. 그런 개혁이라면 아예 시작부터 안하는 것이 낫다.---숲을 볼줄 아는 개혁 필요
정치개혁의 두번째 조건은 대사면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국회와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나라의 행정, 경제등 각 분야는 교도소와 같은 담장을 쓰고 있다. 털어서 먼지 안날 사람이없다는 것이다. 그런 사회구조로 인해 정치개혁 소리에 시도지사, 시장 군수들이 좌불안석이되고 있다. 정치편의주의적 개혁의 희생양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심리를 집권여당의 세불리기에 이용한다면 개혁의 당위성을 잃게 된다. 제대로 된 개혁은 꼬투리성전비(前非)를 따지지않는 대승적 자세로 추진돼야 한다. 김대중정권 이전의 작은 잘못들에대한 선언적 또는 묵시적 대사면이 필요하리라 본다. 정치개혁이란 지금부터 잘해보자는 개혁이어야지 과거를 캐는데 초점을 맞추면 YS식이 되고만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개혁을 주문하고 싶은 것이다.
정치 18급짜리가 주제넘은 훈수를 해보았다. 〈박진용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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