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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딱딱한 손과 부드러운 손

가을햇살이 소란한 듯 조용하고 따가운듯 서늘하다. '느낌'은 우리에게 감추어진 진실처럼 존재의의미를 일깨운다. '책읽기'는 그 존재의 의미를 깊게 한다. 나는 대학입시를 치르고 난 뒤 여러권의 소설책을 빌려 읽곤 했다. 그 때 읽었던 책들 가운데 하나가 토마스 만의 '선택된 인간'이었다.

교황 그레고리우스의 삶과 전설을 다룬 그 소설에서 토마스 만은 "정의는 딱딱한 손을 가지고 있으나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부드러운 손이다. 죄인을 지나치게 추궁하는 자는 흔히 그를 구제하느니보다 해를 끼친다. 은혜를 구하는 자에게 지나친 참회를 요구하면 회개하는 마음을 버리게된다. 그러므로 은혜를 정의보다 앞세우는 것이 옳다"라고 말한다.

범죄자 처벌의 의미에 대하여는 그것이 범죄자의 교화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범죄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논란이 있다. 토마스 만은 범죄자의 교화에 처벌의 의미를 두고 있었을 것이다. 변호사들도 범죄행위자의 구제에 주목하여 법정에서 재판장에게 범죄행위자가 그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므로 법의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호소한다.

그런데 오늘날 범죄 가운데 반사회적 성격에 의하여 야기되어 사회적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적지않다. 따라서 개인적인 범주를 넘어 사회적 측면에서 형사처벌이 요구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의제도가 변동이 심하고 사익은 분명하나 공익은 불분명한 곳에서는 범죄행위의 반사회적 의미가잘 수용되지 않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범죄행위가 반사회적이므로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다. 사회가 사회성 내지 공익보다 반사회성 내지 사익을 앞세우더라도이를 용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제도의 유지라는 면에서 반사회적 범죄행위의 처벌을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형사절차에 반사회적인 성격의 범죄에는 더 딱딱한 손이, 반면에 개인의 단순한 범죄에는 더 부드러운 손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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