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과거사 사죄와 일왕 방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일을 놓고 일본언론들은 주로 북한문제 협의에 관심이 쏠려있는 듯 하지만 한국국민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과거사문제가 초점이다.

과거사 매듭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하다. 이미 지난 9월 11일 정부가 천황으로 공식호칭한다고 발표했고 일본에 와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왕주최 만찬에서도 과거사문제에 대해 일절 거론하지 않았고 대신 우호와 협력만을 강조했을 뿐이다. 한국 일부언론들도 7일부터 천황호칭을 공식 사용키로 한다고 밝히고 나서는등 기류가 바뀌고 있다.

특히 김대통령은 일왕주최 만찬에서 일왕의 한국방문을 정식으로 요청했으며 이에 일왕은 감사의뜻을 전하며 "이는 양 정부간에 검토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오부치총리도"잘 검토하겠다"며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알려졌다. 건국이후 최대 이벤트가 될지도 모를 일왕의 방한은 대략 2001년쯤 될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천황호칭에서 부터 과거사에 대한 매듭의지, 일왕의 방한 초청 등 한국정부는 많은 성의를 보인 게 사실이다. 물론 이에 대한 한국민들의 수용 여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하며 김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수긍하지 않는 국민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한국만 방문하지 못했던 일왕의 방한건은 워낙 예민한 사안이라 국민감정을 볼때 실현에 있어서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일단 국내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절반정도는 "적절하다"며 큰 거부감은없는 듯하다.

이제 공은 일본측으로 넘어간 셈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한국정부측의 과거사 매듭에 대해 호의적이면서도 "또 과거사문제냐"며 떨떠름한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부 중의원 의원들은 과거사문제 재거론에 강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오부치총리는 정부 공식문서인 공동선언을 통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을 썼지만 일왕은 만찬에서 지난 94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방일때와 같은 톤으로 '크나큰 고통'과 '깊은 슬픔'이란 단어를 사용하는데 그쳤다. 진정한 반성노력이 더 필요한 대목이다.종군위안부 처리, 역사왜곡망언 중지, 교과서 기술 등 일본측이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21세기를 맞아 새로 쓰여지는 우호적인 한·일간의 역사는 한국국민들의 열린 마음과 함께일본정부와 국민들의 실천에 의해서만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도쿄·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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