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중국의 실리외교

중국은 외교면에서는 침착하고 노련했다.

우선 그들은 차분했다. 정상회담에서도 그랬지만 우리측의 다양한 주문에 즉답을 피했다. 그러다보니 우리측만 양보하는 꼴이 돼버린 면도 있다.

우리정부측은'하나의 중국'원칙에 동의했고 무역장벽을 완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에게 득이되는 방콕협정과 WTO가입(미국이 반대)입장에도 찬성해주었다. 또 중국이 싫어하자'동포 간담회'를'한국 인간담회'로 바꾸었고 재외동포특례법 제정도 미뤘다. 게다가 무역수지 적자보상으로 관세 조정과 농산물 수입확대를 약속했다. 중국내부사정을 고려한 탓인지 김대통령의 단골메뉴인'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병행추진'목소리도 낮아졌다.

반면 중국정부는 우리측의 원전건설시장 참여 등 구체적인 요구에 대해서도 성의있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심각한 환경오염 피해는 논쟁에서 멀어졌다.

정부측도 이를 시인하며 중국의 특수성과 무한한 잠재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득(得)이더 많다고 해명했다. 대북영향력을 갖고있는 중국이 한반도 평화에 긴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없다. 따라서'선물'은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외교는 장기적 투자만은 아니며 대북문제로 중국에 매달리는 모습은 바람직하지는 않다.중국도 우리 손만 일방적으로 들어주지는 않았다. 장쩌민주석은"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자존심을살려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중국의 노련함도 엿보였다. 중국이 방중기간동안 갑자기 장문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양국관계를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자 우리정부측을 감격케했다.

당장 양국관계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는데 명분을 던져주면서 실리를 찾는 중국의 실사구시정책이 아닐까.

우리측은 김대통령의 북경대연설문을 몇군데 수정하는 곡절을 겪었다. 우리의 대북정책과 관련, "중국지도부가 이를 환영하고 있다"는 표현이 삭제되었다. 중국정부의 꼼꼼한 면이면서도 포장만을 좋아하는 우리정부측의 단적인 예다.

이번 방중도 분명 성과는 있었다. 다만 미국, 일본방문때도 그랬지만 중국, 곧이어 러시아방문을통해 주변 4대강국과의 관계개선의 '그림'에만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 외교란 국익 특히 경제이익을 놓고 치러지는 치열한 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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