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미국 교육의 일관된 목표는 창의성 개발이다. 대학 진학에 반드시 폭넓은 독서가 요구되는 '논술형' 수능시험인 SAT를 거쳐야 한다. 프랑스도 사정은 미국과 비슷하다.

보들레르 같은 문인들의 문장을 초등학교 때부터 외우게 하고, 대학 진학 때는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 수 있는 '바칼로레아'에 합격해야만 한다.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이나 글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능력은 이같이 앞서가는나라에서는 중시되고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의 힘이 바로 이런 교육제도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교육에도 뒤늦게나마 논술고사의 중요성이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제는 대학 입시에서 합격을 좌우하는 관건이 되기도 한다.

논술고사는 젊은이들에게 사고력을 키우고 창의력을 북돋워주는데 큰 역할을 하며, 독서 습관과토론문화의 정착을 통한 우리 교육의 정상화를 가져다줄 것으로도 기대된다.

무시험 전형을 하게 되는 2002학년도부터는 말할 나위도 없지만 99학년도 대학입시에도 논술 점수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술 고액과외가 극성을 부린다는 소문이 들린다. 서울강남 일대의 학원가에서는 1인당 3백만원에서 5백만원 짜리 비밀 논술과외가 성행하고, 1천만원을 받고 비밀 지도를 하는 대학교수도 있다고 한다. 실력이야 되건 말건 시험에 붙고보자는 '족집게'사고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논술고사는 수없이 많은 길이 있는 '로마로 가는 길'과 같아서 과연 '족집게'와 연줄이 닿을 수 있을까. '족집게 고액과외' 사건이 터지고, 그 허구성이 백일하에 드러났는데도 논술에까지이런 발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기가 막힌다. '모로 가나 기어가나 서울만 가려는' 학부모도문제지만 그런 심리적 허점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은 정말 가공할만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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