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석학 4명의 인식-'시간의 종말'출간

밀레니엄에 대한 세속인들의 인식은 차라리 강박성에 가깝다.

새로운 1천년을 맞는 것은 0이 세개나 되는 또다른 1년을 맞이한다는 것일 뿐이다. 거기에희망과 반성을 개입시키는 것은 인간의 오랜 습관인 '사유의 조급증좦 때문이 아닐까.새로운 밀레니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시간의 종말좦(문지영·박재환 옮김, 끌리오 펴냄, 1만원)은 새로운 밀레니엄에 대한 네개의 논의를 정리한 것이다. 미국의 고생물학자이자 고고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 금세기 최고의 종교사학자 장 들뤼모, 동양학 전문가이자 작가인 장 클로드 카리에르,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 그들이 이 시대의 화두인 시간의 종말을 놓고 펼친 견해를 3명의 프랑스 신문기자의 인터뷰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에코는 "서기 1000년을 앞두고는 아무런 두려움도 없었지만 지금은 언론이 강박관념을 조장하고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한다. 현재의 시간을 해석하며 종말의 징후를 찾으려는 사람들을 '편집증적인 해석광'으로 몰아붙이면서 "역사적으로 1천년에 대한 공포는 존재한 바없으며 그저 밀레니엄 버그라 불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상의 문제 정도만 발생할 뿐, 사람들은 축제를 즐기려고 한다"고 했다.

장 들뤼모는 성서에 입각해 현대인들의 종말에 대한 두려움 혹은 기다림에 관한 역사적 의미를 평가한다. 1천년에 대한 공포는 15세기말 독일의 인문주의자 트리데미우스가 중세시대를 '두려움의 시대좦라 표현하며, 그 두려움의 하나로 1천년에 대한 공포를 언급하면서부터라고 설명한다.

카리에르는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동양인들이 갖고 있는 순환적인 시간의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간의 시작과 종말이란 성서의 직선적인 시간관에서 비롯된 개념일 뿐이라는 것이다.

제이 굴드는 2000년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전혀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하며 "2000년이 매우 특별한 해이기는 하지만 그건 책력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고, 책력이란 인간들이정한 약속에 불과하다"고 적고 있다.

시간의 종말이란 개념은 종교적인 동시에 세속적인 '이중적 울림'을 가지고 있다. 또 시간의문제는 철학적인 차원인 동시에 과학적인 차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간, 그리고 시간들은 인간 의식의 중요한 분기점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가 밀레니엄을 이야기하는 것은 새로운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의 한 조각이다.

들뤼모는 '요한계시록'의 종말은 "인간들에게 두려움을 주기보다 새로운 1천년을 위한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쓰여졌다"고 말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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