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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노숙자들에 자신감을

현재 거리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노숙자들이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전체 노숙자 수는 약 6천200명으로, 이중 63% 정도가 30, 40대이다. 한창 열심히 일하고 가정을 돌볼 나이의 이들을 직장과 가정으로부터 거리를 나가게 한 것은 무엇일까.

실직이나 가정의 해체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실직과 동반된 심리적인 상처, 즉 자존심의 손상, 자기가치와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 등이 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인간발달학자인 에릭슨(Erikson)에 따르면 30, 40대는 생산성 대(對) 침체감의 시기로서, 이 시기는 자녀를 낳아 기르는 부모역할 생산성과 자신의 전문적 기술과 능력을 활용하는 과업생산성을 함께 느끼는 시기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과업생산성을 위해 부모역할 생산성을 희생시킬 정도로, 과업생산성은 큰 역할을 해왔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만일 내가 회사에 없다면 이 회사의 모든 업무가 마비되어 버릴거야"란 생각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직장인들에게 직장이란 일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따라서 실직이란 단순히 직장을 잃는다는 것 이상의 상실감을 그 당사자에게 준다. 다른 사람에 비해 이러한 상실감을 더 심하게 경험한 사람들이 일종의 심리적 도피처로 택한 것이 노숙생활일 것이다.

자신에 대한 상실감으로 인해 노숙생활을 택한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공공근로사업에 참여시키는 것은 한순간의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잃어버린 자신감, 자기가치를 찾도록 해야 하는데, 가정과 직장에서의 생산성이라는 두 관점에서, 즉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일과 사회의 구성원임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는 금년 6월에 시행예정인 창업자금 지원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들 일자리를 가정 복귀를 약속한 노숙자들에게 우선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작년 6월의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서는 71% 정도의 노숙자가 일자리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자신을 완전히 포기하여 일 자체를 기피한다면 때는 늦을 것이다. 대책은 빠를수록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닌가.

〈김천과학대 교수·상담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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