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나산 동강탐사대 보고서

동강. 캐나다 로키산맥 속에 감춰져 있는 에메랄드 호수의 비경을 빼다박은 듯한 정선읍 가수리의 강. 산은 죄다 냇물 속에 내려앉았고 새소리마저 강물 속으로 자맥질해 한낮이 적요롭다.

동강은 왜 흘러야 하는지 아니면 영원 이전부터 영원 속으로 흐르고 있는 동강을 왜 정부는 막으려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굳이 댐 건설을 하려드는 정부 측은 용수부족 해결과 홍수조절이란 대전제아래 개발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반면 생태계를 걱정하는 학자들과 환경단체 및 많은 시민들은 개발론자들이 앞세우고 있는 목표가 분명한 이유보다는 몇배나 정확한 학문적 근거와 논리로 동강댐 건설을 반대해 왔다.

또 동강 주변의 읍·면소재지 사람들은 동강댐 건설을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나 막상 동강속에 살고 있는 수몰예정 주민들은 '환경단체 및 언론기관 출입금지'란 플래카드를 마을 입구에 내걸고 댐건설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수몰예정 주민들은 동강댐 건설 계획이 성안된 후 10여년 이상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이나 혜택을 입지 못했을뿐 아니라 최소한의 삶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초적인 시설인 간이상수도 및 주택의 증개축, 화장실 및 주방의 개조공사까지 관으로부터 통제와 억압을 받아왔던게 사실이다.

이렇게 상반된 두 가지 길을 두고 우왕좌왕 하기를 수년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대통령은 외국의 환경평가기관에 용역을 주어 내년초까지 투명하고도 완벽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으니 조만간 댐이 건설되든지 자연 그대로 보존되든지 양단간에 해결이 될 모양이다.

평소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몇몇 산악인들이 모여 보도를 통해 얻은 지식과 동강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었으면 하는 막연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동강이 어떻게 생겼고 동강이 확보하고 있는 자연환경이 과연 어떠한지를 직접 확인해 보자는데 의견이 모아져 대원 7명으로 대구 나산 동강탐사대가 결성됐다.

탐사대는 5월1일 현지로 출발, 4박5일동안 동강주변에 머물면서 37㎞에 달하는 정선군 신동읍 운치리에서 거운리 섭새마을까지의 래프팅(급류타기)과 천막없이 별보고 새소리 들으며 하룻밤 비박하기, 그리고 강주변의 계곡 등반 등 계획한 목표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특히 급류타기를 하는 날(3일)은 하루종일 비가 내린데다 강물이 불어 가정나루 부근의 급류에 대원 2명이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주변의 절경과 풍광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뿌듯한 성취감앞에서는 자질구레한 사고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동강은 무척 길다. 그리고 정말로 아름답다. 흔히들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접경지역에서 문화가 생성된다고 말하지만 동강의 아라리문화는 강물속에 녹아 있고 강 주변의 절벽 속에 박혀 있고 곳곳에 흩어져 있는 동굴 속에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동강에는 그냥 아름다운 자연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속에는 우리 민족의 범상치 않은 섬뜩한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이를 훼손하거나 손상시켜서는 안될 일이다.

옛부터 우리 선조들은 마을앞 노거수 한그루도 신성시하여 감히 톱을 갖다대지 못했거늘 하물며 이렇게 값진 유산인 동강을 자자손손 우리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요량은 하지 못하고 박살낼 궁리만 하고 있으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탐사대는 5일동안의 동강 탐사를 통해 확고한 결론 하나를 얻었다. 그것은 여태까지 개발론자와 보존론자들의 틈바구니에서 갈등을 벗어나 동강을 그냥 그대로 흐르도록 하자는 것이다. 원래 동강은 영원속에서 흘러와 영원속으로 흘러갔듯이 생명이 깃들어 있는 영원한 자유의 강으로 두자는 것이다.

이번 여름 휴가 때는 이정무 건교장관과 최재욱 환경장관은 물론 동강댐 관계자들이 아들과 손자들을 데리고 동강을 한번 찾아줄 것을 권한다. 급류타기 고무보트를 타고 사행천(蛇行川) 특유의 절경들을 둘러본 후 강변 적당한 잔디밭에서 새소리 들으며 별비 쏟아지는 야영의 밤을 한번 가져볼 것을 요청한다. 그러면 '동강은 영원한 자유의 강'이란 탐사대가 얻은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具活 〈대구나산 동강 탐사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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