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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민선자치 1년' '지방화 시대' 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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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단체장에 민선 의회. 집행부와 의회 모두 민선으로 구성돼 지방자치가 구색을 갖춘 지 만 4년이 지났다. 이제 지방자치의 큰 물줄기는 바꾸기 어렵게 됐다. 지방의회도 점차 그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다.

발전의 싹 또한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구 시의회엔 구의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등 젊은 전문가 집단의 의회 진출이 점차 늘어나는가 하면 경험이 쌓여가면서 초기 운영 미숙도 개선되고 있다. 경북도의회는 초선인 30~40대 의원 19명으로 '의정연구회'가 구성돼 의회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수시로 외부 인사와의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자극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의 '존재의 이유'인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예산 심의 그리고 자치입법권 등에서 여전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이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제도에 따른 한계에도 기인한다.

우선 지방시대라면서도 너무 많은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틀어쥐고 있다. 각종 법령 제·개정의 권한도 정부와 국회가 갖고 있다. 지방의회에 부여돼 있는 조례 제·개정 범위도 지방자치법에는 '법령의 범위 안'으로 제한, 의원 스스로도 '거수기'라며 자조한다.

또 의회와 대립개념에 있는 집행부가 의회 사무처의 인사와 예산권을 지닌 것도 문제란 지적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 신분인 의회 직원들은 단체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인사권이 집행부에 있다 보니 일부에서는 심지어 의원들 동향을 집행부에다 보고하는 정보역류 현상마저 빚어진다. 경북도의회 자치연구실 차승호연구원은 제도 개선의 핵심으로 국회 사무처에 버금 가는 의회 사무처의 인사권 독립을 들었다.

물론 지방자치법은 의회인사를 집행부 수장이 의장 추천을 받아 임명토록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의장이 비토권을 행사한 적은 전무하다. 또 집행부가 행정정보의 공개를 극력 꺼리는 자세에도 별 변함이 없다.

머리 수는 물론 조직력과 전문성에서도 의원들은 집행부 공무원에 중과부적이다. 도의회의 한 관계자는"2천명의 전문가 대(對) 비전문가가 태반인 60명 의원간의 게임"이라는 말로 이를 함축했다.

생업에 매달려야 하는 의원들로서는 '프로'집단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특히 도의원들은 회기가 되면 지역에서 몇 시간 씩 걸려 대구로 와야 한다. 전문성을 기를 시간적 여유도 없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잘 알아 주지도 않는 의정활동으로 집행부와 대립하기보다는 인간관계 유지에 힘쓰며 생색나는 지역구 예산챙기기에 몰두하는 것도 이런 한계와 무관찮다.

'무보수 명예직'인 의원 신분도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 광역의회 의원들은 매월 60만원의 의정활동비와 회기가 열리면 회의수당으로 하루 6만원을 받는다. 매달 100만~120만원 정도를 받는 셈이다. 기초의원은 더 낮다.

이런 비현실적 수당으로 의원들의 전문성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우물에서 숭늉찾기'인지도 모른다.

곽대훈대구시내무국장은 "이로 인해 재력가 집단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의원들이 자연스레 의원직과 자기 업을 연계시키려는 유혹에 빠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자연 의원 자질에서 눈에 띄는 발전이 없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경험의 축적에서 오는 기술적인 측면의 발전일 뿐 기본적인 자질 향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는 의원들 스스로의 평가이기도 하다.

지방의회가 숙원사업으로 보수 현실화와 함께 의원들을 보좌할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원들의 전문성을 단시일 내에 제고하기 어렵다면 보완장치라도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지방의회의 의미를 변질시키는 요소 가운데 정당 공천 문제도 있다. 의원들이나 사무처직원 등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정당공천의 폐해를 지적한다. 지방의회의 하는 일이란 것이 정당색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상준대구시의회내무국장은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중앙정치의 논리가 그대로 지방의회에 전해지는 것은 곤란하다"며 "정당공천제도의 폐지나 일정기간 도입 유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의원들도 정당공천제도 때문에 정당인이나 각 지역의 유력 정치인 주변인사 등에게만 지방 의회 도전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 한계를 인정했다. 지역사회내 다양한 명망가의 지방의회 접근을 가로막는 장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한편 시민단체·학계 등의 대안제시와 의회 감시활동이 지방의원들에게 자극제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도 등 현실적 제약을 도외시하고 의원들에게만 채찍을 가하는 듯한 비판 일변도의 자세는 의회와 시민단체의 관계악화를 초래, 지방의회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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