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운터 테너와 카스트라토의 차이점

'여자들은 교회에서 입을 열지 마라'. 신약성서 고린도 전서에 나오는 이 가르침이 '카스트라토'라는 시대의 비극을 낳았다. 영화 '파리넬리'에서 보았듯, 18세기까지 여성의 교회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던 유럽에서는 성가곡의 여성 파트를 담당할 남자가수가 필요했고 미성을 가진 보이 소프라노를 변성기 전에 거세하는 '카스트라토'가 유행했던 것이다. 헨델, 스트라우스, 심지어 모차르트까지 카스트라토를 위한 노래를 작곡했을 정도로 당시 카스트라토의 인기는 대단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18세기 이후 카스트라토가 금지되면서 여성 알토나 메조소프라노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작곡가가 의도한 그대로 연주하는 '원전연주'가 각광받으면서 카스트라토를 소화해 낼 남자가수가 절실해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카운터 테너(Couter Tenor). 최초의 카운터 테너로 기록된 알프레드 델러, 영화속 파리넬리 목소리의 절반을 제공한 데릭 리 레긴 등이 카운터 테너라는 생소한 이름을 전세계에 알렸다.

안드레아스 숄, 데이비드 다니엘스, 브라이언 아사와 등 신세대 카운터 테너 '빅 3'를 비롯한 요즘 카운터 테너들은 남성들이 단지 가성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흉내내던 '팔세토' 창법에서 탈피, 흉성과 두성을 폭넓게 이용하고 있다.

'카스트라토처럼 거세한 남성이 아니냐'는 오해는 풀렸지만 성공한 카운터 테너에게는 아직도 '동성연애자', '신체발육이 지체된 비정상인'이란 의혹이 따라다니곤 한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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