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APEC 정상회의 결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한국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도착한 뒤 한.중 정상회담과 한.미.일3국 정상회담을 갖고 13일 APEC정상회의 본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끝으로 APEC정상회의 공식일정을 모두 마쳤다.

김대통령의 이번 APEC정상회의 방문 성과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가장 최대 현안이었던 북한 미사일 문제가 큰 가닥을 잡았다. 북.미 베를린 회담이 진행중인 가운데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이 철저히 공조한 결과 북한으로 하여금 대북 제안을 수용토록 압박을 가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이번 베를린회담에서 북한이 미사일 개발 및 발사를 완전 포기한다는 내용은 없지만 북한이 당분간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우리 정부의 일차목표는 달성된 셈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APEC정상회의 기간동안 유혈사태를 빚고 있는 동티모르 문제를 적극적으로 이슈화하는데 성공했고 급기야 인도네시아 하비비대통령도 UN평화유지군을 받아 들일 용의가 있다는 성명발표까지 나오는 등 인권대통령으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한 몫을 했다. 김대통령은 뉴질랜드 도착때부터 한.중 정상회담, 한.싱가포르 정상회담,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적극 거론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APEC정상회의는 역시 아시아와 태평양지역내 국가간의 경제협력체 기구. 김대통령은 이번 APEC정상회의에서 국제금융체제의 개편 논의, 역내 국가간 투자 활성화, 경쟁과 협력 병행 등 세가지를 역설했으며 정상 선언문에서도 한국 측 입장을 대부분 반영시키는 성과를 올렸다는 분석이다.

김대통령은 게다가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중간적 입장에 서서 회원국간 불균형의 해소를 역설했고 특히 경쟁과 협력을 강조한 뒤 지식 격차 완화를 위한 교육협력 확대를 제안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들의 거부감을 줄이면서도 양 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김대통령은 본회의에서 세가지 주제 중 첫번째 주제인 '경제위기의 교훈과 향후 정책 과제'의 첫 발제자로 나서 주목을 받았다.

클린턴대통령도 여러 자리에서 한국의 놀라운 경제회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김대통령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할 정도로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이 좋은 사례로 부각됐다.

김대통령은 이번 APEC정상회의에서 경쟁만이 유일한 흐름이라는 데 주목하고 경쟁과 협력을 촉진, 병행하는 것이 APEC회원국들의 번영된 미래를 이루는 최상의 수단이라는데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에 각국정상들은 공감을 표했다. 청와대의 고위인사는 이를 "생산적 복지개념의 국제화"라고 지칭했다.

김대통령은 역내 회원국들의 위기극복 경험 공유와 회원국간 경제적.사회적 불균형완화를 통해 APEC의 공동번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2000년 3, 4월 중에 정부관료, 경영자, 학자들이 참여하는'APEC의 새로운 번영과 화합을 위하여'라는 주제의 서울포럼을 제의,각국 정상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한편 APEC이 발족된 뒤 10년이 경과했는데도 강제규정이 없는 회의체라는 점 때문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이번 회의에서 재확인됐다. 97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막지 못했고 그 이후에도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그리고 무역.투자자유와 경제기술협력이란 두 축을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입장차도 좁히지 못했다.

오클랜드.李憲泰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