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축이야기-(12)살기좋은 집

'Home Sweet Home'이란 '즐거운 나의 집'이란 뜻이다. 인간이 스위트 홈을 추구함은 모든 동물 중의 영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주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세상에 세워지는 모든 건축물들은 인간의 삶과 자연과의 조화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위하여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것은 음식을 먹고, 옷을 입는 것과 더불어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과연 좋은 집이란 어떤 것일까?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우리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주생활에 요구되는 사항들이 매우 다양해졌고, 주거에 대한 판단기준도 많이 변화하였다. 다양한 생활공간, 편리한 교통, 최첨단 자동화시설 등은 현대 주거에 있어 중요한 요소들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좋은 집이 될 수 없다. 인간이란 이웃과 자연을 벗어나서는 진정한 삶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옛날 우리의 전통마을은 협소한 주거공간에 낡은 시설들, 그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서로간의 닫힘없는, 열린 인간관계를 형성하던 곳이었다. 마을 중앙의 마을회관이나 정자나무 아래는 마을 주민 공동의 장소임과 동시에 주민간의 화합을 도모하던 곳이었고, 또한 주위 모든 자연은 우리 생활공간의 일부였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도시주거는 개인생활에 치중되어 점차 공동생활의 터전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효율적인 공간활용과 생활의 편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나타난 아파트는 부족한 녹지공간과 형식적인 공용공간 등으로 삭막한 도시생활의 터전이 되고 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아파트 주민들은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단지내 공용공간은 어떻게 사용되는지 등에는 관심도 없으며, 단지내 조경 공간 역시 형식상의 공간으로 치부되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주택을 선보이는 모델하우스에 있어서도 전용면적, 최신 설비, 고품질 자재, 분양가 등을 내세워 많은 광고를 하고 있지만 단지계획이나 주변환경 등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설령 주변환경에 대한 소개가 있더라도 주변 교통체계나 학군, 그리고 훗날 경제적 투자가치를 위한 제반시설 등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현대인의 개인주의가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연에서 출발하여 자연으로 되돌아 가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자연을 분리한다는 것과,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에게서 이웃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정한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없고 또한 그러한 공간은 어떠한 편리함이 있어도 좋은 집이라 할 수 없다.

최근에는 도심을 탈피하여 자연 속에서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여러가지 불편한 생활환경을 감안하고서라도 외곽지 쪽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들은 삭막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 뿐 아니라 인간의 정을 찾아가는 것이다. 마음맞는 이들이 모여 사는 동호인 주택이 늘어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추구하는 생활을 도심내에서 이루어 줄 수는 없을까?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지상내 주차를 지양하고, 지상의 공간을 입주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용공간과 자연환경을 최대한 받아들이는 녹지공간으로 활용하는 아파트단지가 점차 늘고 있다. 또한 주동(主棟)내 공용공간을 두어 이웃 주민과의 교류를 증진시키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자녀들과 그 자손들에게 그 옛날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살고 싶은 집과 도시를 전해주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이는 궁핍하고 바쁜 이 손바닥만한 나라에서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하지만, 인간이란 삶이 제아무리 궁핍하고 바쁘고 삭막하여도 언제나 이상을 생각하기에, 그 배부른 투정이 오히려 인간의 삶과 공간을 풍요롭게 하고, 또 좋은 집과 도시를 만들게 한다.

집을 설계하는 것은 단순히 기능적인 편의공간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자신의 인생 전체를 설계하는 것, 더 나아가 자신의 인생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경건한 행위일 수도 있다. 이제는 이름 뿐인 ○○마을 아파트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 모두가 즐거운 집, 살고 싶은 집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서종달(〈주〉건축사 사무소 도시건축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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