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통합을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국감전인 지난달 29일까지 의보통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던 정부와 여당은 '사회보험개혁 범국민 대책회의(범대위)' 등의 반발에 부딪쳐 한발 물러섰다. 지난 3개월간 범대위가 벌인 서명운동에 무려 5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의보통합' 문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어떤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하는 만큼 곧 또 한차례 파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2월 제1기 노·사·정 위원회의 합의사항이고, 김대중 정부의 100대 개혁과제로 채택됐으며 '건강연대 의료보험대책위〈의보통합 찬성단체 참조〉'가 10년째 숙원사업으로 주장해온 '의보통합'이 왜 필요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본다.▲왜 통합해야 하나'건강연대 의료보험 대책위'가 10년 동안 끈질기게 의보통합을 주장한 가장 큰 핵심은 '소득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위험분산기능의 확대와 소득재분배 효과를 통한 사회 연대성 및 통합의 강화다.
현재와 같이 조합별로 의료보험을 운영할 경우, 각 조합별로 보험료 부과방식이 달라 똑같은 소득을 얻더라도 보험료 부담수준이 크게 달라질수 있다. 공무원·교직원 조합은 이미 2차례(98년7월 36%, 99년3월 57%) 보험료를 인상했으나 직장조합은 인상요인에도 불구 지난 1년간 8%의 보험료 인상에 그쳤다.
더욱이 영세사업장 근로자나 농어민, 영세자영업자 등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적정하게 부담하고 필요에 따라 의료혜택을 받을수 있으려면 의보통합은 필수적이다. 의보통합은 대기업 근로자, 영세기업 근로자, 농어민, 자영업자 누구든 소득 만큼 동일한 보험료를 부과해 부담의 형평성을 실현할 수 있다.
또 젊을 때 직장근로자로 보험료를 부담했지만 의료시설을 거의 이용하지 않다가 나이가 들어 퇴직후 지역의보에 가입, 의료시설을 자주 이용하게 될 경우 현행 조합방식으론 '세대간' 형평성을 맞출수 없다.
의보통합으로 '직장조합'이 '지역조합'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결과가 나더라도 직장조합의 재정흑자는 '직장조합→지역조합'으로 이동한 퇴직자의 기여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당연하다.
한편 각종 의료보험조합을 단일화함으로써 기구의 경량화, 조직혁신 등 효율적인 관리운영체계를 갖출수 있다.
▲왜 반대하는가사회보험의 성공은 보험료의 부과·조정 등 주요사항에 가입자의 참여와 합의가 전제될 때 가능하다. 그러나 소득이 100% 드러나는 근로자와 소득파악률이 22.3%에 불과한 자영업자간에 형평성 있는 '보험료 부과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의료보험 적용대상이 확대되고 의료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인상해야할 상황이 발생하는데 개인능력을 무시하고 성별·연령·직업 등 획일적 기준으로 소득을 추정, 보험료를 부과할 경우 성실하고 정직한 납부자에게만 상대적 손실감을 안겨주어 보험료 징수율이 크게 하락할 것이다. 〈표1 참조〉
따라서 의보통합은 △보험료 징수율 급락 △보험재정 적자누적 △과도한 보험료 인상 △비합리적 보험료 부과체계에 대한 반발에 부딪쳐 사회보험으로서의 의료보험 제도 자체의 위기를 초래한다.
▲의보통합의 '득'과 '실'은의보통합으로 '직장근로자'가 손해보고 '자영업자 등'이 이익을 본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누구든 소득이 높을수록 보험료가 많이 인상되고 소득이 낮을수록 보험료는 인하된다.
의보통합시 직장근로자의 보험료 부과모형을 모의운영한 결과에 따르면 월소득 154만원이 보험료 인상·인하의 기준점이 된다. 〈표2 참조〉통합찬성론자는 월소득 154만원 이하의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의보통합이 전체적으로 볼때 근로자들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39인 미만 영세사업장 18.14% 인하 △30~100인 사업장 10.97%까지 인하 △1천명 이상 대규모 사업장 25.22%까지 인상될 전망이다.
특히 총소득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상여금 및 업적 성과급의 비중이 높은 대기업,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한국노총 등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170여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보험료 인상의 부담을 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합의 문제점과 전망국민연금 사태와 마찬가지로 의보통합의 핵심논쟁은 자영업자 등의 소득파악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사회통합을 위해 보다 잘사는 사람이 보다 못사는 사람을 위해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한다는 취지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20% 수준의 불과한 자영업자 소득파악률로는 근로자와 자영업자 누구의 동의도 얻기 어렵다.
현재 4인 가족을 부양하며 연봉 1천800여만원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직장인에게 '고소득 직장인'이라며 보험료를 인상한다면 누가 흔쾌히 수용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소득파악률이 떨어지는 점을 악용,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내고 호화생활을 즐기는 상황에서 말이다.
정부정책의 일관성 부족 역시 불신과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는 자영자소득파악률 제고가 사회보험 정착의 핵심과제라면서 총리실 산하에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실행의지를 의심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영자소득파악위 일부 민간위원들은 △간이과세 2001년 폐지 △금융소득종합과세 내년 실시 △소득표준율제 내년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보고서가 총리에게 보고되는 과정에서 △간이과세 향후 폐지 △소득표준율제 단계적 폐지로 변질됐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부분은 아예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 및 자영자의 탈세가 일반화된 조세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없는 의보통합은 '상대적'으로 조금 많은 임금을 받고 있지만 IMF와 물가인상 등으로 '절대적'인 어려움에 처한 170여만명의 근로자와 그 가족의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의보통합-조세개혁 강력추진' 또는 '의보통합 유보'를 두고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石珉기자
◈의보통합 찬성단체경실련,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YMCA, 참여연대, (가칭)민주노동당창당준비위원회,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모임, 한국소비생활연구원,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치과의사회, 기독청년의료인회, 서울보건의료청년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보와 연대를위한보건의료운동연합, 침된의료실현을위한 청년한의사회,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전국빈민연합, 민주노총.
◈의보통합반대단체한국노총, 교통문화운동본부, 전문직여성클럽한국연맹, 정신개혁시민협의회,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한국교통시민협회, 한국사회발전시민실천협의회, 355개 직장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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