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문화재, 지켜야 산다

문화재 발굴에서 작은 실수는 과거를 영원히 사라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긴박감을 갖는다고 조유전(趙由典)씨는 자신의 '발굴 이야기'라는 책에서 적고 있다. 또 문화재 발굴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작업이며 아무리 과학적인 발굴조사라도 그 자체가 바로 유적의 파괴라는 자조적인 반어에서 문화재 발굴의 중요성을 읽을 수 있다. 문화재의 발굴은 그래서 절차가 까다롭고 발굴된 유물의 정리와 보존까지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어저께 감사원이 문화재청을 특감한 결과는 너무 놀랍다. 그렇게 문화 한국을 부르짖었지만 한마디로 토란 잎에 물방울이다. 애써 찾은 수십만 점의 문화재들이 행방불명되고 마구잡이로 다뤄 원형이 훼손되고 벌겋게 녹슬고 마음대로 팔아 치우고 창고에 잠자고 있다. 문화재는 발굴만 있고 관리와 보호는 간곳이 없어진 셈이다. 광복 직후인 지난 46년 5월. 경주에 있는 호우총이 우리 손에 의해 최초로 학술발굴조사된 후 70년대까지는 기껏 한 해에 20여건 안팎 정도 발굴하던것이 90년대에 와서는 100건을 넘었다. 대단위 국토개발 사업이 전국적으로 실시되면서 발굴조사도 그만큼 활기를 띠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국토개발과 문화재 발굴은 항상 부딪쳐 왔다. 보물 제88호 감자금니대반야바라밀다 경은 행방이 묘연하고 보물 제422호인 선원사 철불 여래좌상은 어느새 금동불상으로 덧칠돼 버렸고 양손 엄지와 검지의 형태 마저 변형됐다. 휴대폰 열기에 녹아 삼국시대 고분군에 개인휴대통신기지국 건설을 위한 토지형질변경 허가를 내주기도 했다. 대학박물관에는 또 무슨 꿍꿍이로 엄청난 양의 발굴유물들을 그냥 창고에 처박아 두고 있다. 신생대 고래 화석은 발견자가 마음대로 팔아 먹었다. 참담한 소식들이다. 인류학자들은 곧 닥친 다음 세기에는 문명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문명이 가변적인 충돌 사태를 맞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문명의 세계화가 되어도 그 민족의 문화나 언어, 종교를 획일화 시키지는 못할것으로 보고있다. 이걸 믿어서는 곤란하다. 부분적인 획일화는 지금까지 숱하게 보아 왔으니 말이다. 소중한 유산들을 이렇게 팽개쳐놓고 정작 문명의 전쟁에 뛰어 든다는것은 기름통 지고 불속으로 뛰어 드는것과 하등 다를게 무언가. 우리 문화재는 우리가 지켜야 우리가 살 수있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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