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성·힘찬 숨결 "애국가 울리겠다"

'새천년 첫 올림픽 금메달'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오직 땀만이 그 결과를 말해줄 뿐.

한국체육의 요람인 서울 태릉선수촌에도 새 천년의 첫날 아침은 어김없이 밝았다. 시드니 올림픽을 눈앞에 둔 태능의 새해는 어느 때보다 비장감이 돌고 있다.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에서 이기는 자만이 새 천년을 여는 첫 올림픽인 제27회 시드니 올림픽. 그 일생일대의 영광을 향한 선수촌은 선수들의 함성과 거친 숨소리 그리고 혹한을 녹이는 열기로 사기가 충만해 있다.

88년 서울올림픽 세계4강 신화 달성에 이어 92년 바르셀로나 7위에 올랐던 한국은 96년 애틀랜타서 8위로 내려 앉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10위권내에 진입, 전체 300개의 금메달중 12, 13개를 딴다는 계획이다. 88년(서울)과 92년(바르셀로나)의 12개수준으로 종합 7위 탈환이 목표.

지난해말 현재 한국은 전체 28개 종목 가운데 양궁 등 19개 종목 141명이 올림픽 본선 출전티켓을 따냈으며 6월까지는 26개 종목 428명의 티켓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티켓을 향한 국내선수들간 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선수촌은 오는 6월까지 종목별로 수차례의 평가전을 거쳐 최종 엔트리를 정한다는 계획.

따라서 각 고장의 명예를 짊어지고 선수촌서 훈련중인 240여명의 국가대표들은 시드니 올림픽 티켓을 최종 거머쥘 때까지 한시라도 긴장을 풀 수 없다. 오직 피나는 훈련만이 있을 뿐.

이들 틈에 한국 레슬링의 '작은 거인' 김인섭과 여자양궁의 정창숙, 여자유도의 '탱크' 정성숙, 세계적 체조선수 이주형과 여자마라톤의 권은주 등이 맹렬히 뛰고 있다. 향토선수로 유력한 메달 기대주들이다.

이들의 하루는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 찬 공기를 마시며 정신을 가다듬은 다음 오전·오후 훈련을 거쳐 저녁 교양교육을 마치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하루 일과가 끝난다. 운동복을 벗고도 감독과 코치의 호된 지적과 질책들을 곱씹노라면 잠자리는 더욱 늦어진다.

그레코 로만형(58kg)의 거물 레슬러 김인섭. 그는 한국 최초로 레슬링의 그랜드 슬램이라는 위업달성에 인생을 걸었다.

지난해 99그레코 로만형 세계레슬링 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석권했고 98년 아시안게임도 우승, 이번 올림픽 금메달만 목에 걸면 세계레슬링을 평정한다.

기상과 함께 5km달리기와 크로스 컨트리 등으로 체력 다지기를 반복한다. 그는 방대두 감독의 꼼꼼한 지도와 함께 훈련중인 친동생 정섭(76kg)과 레슬링경기장을 매일 찾아 매트를 땀으로 적시고 있다.처녀궁사 정창숙의 새해는 남다르게 다가왔다.

그간 자신을 괴롭혀온 '국내용' 꼬리표를 떼는 명예회복의 기회로 시드니를 삼았다. 기량은 정상이다. 때문에 정창숙은 자신도 모르게 승부에 집착하느라 대회를 망쳐버리는 약점극복에 전념하고 있다.

정창숙은 기공체조를 통한 이미지 트레이닝에 정성을 쏟고 있다. '무념 무아의 경지'에서 과녁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탱크' 정성숙. 올초 국내선수로는 처음으로 유도종주국인 일본의 유도 실업팀의 지도자로 진출했던 정성숙은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동메달리스트. 63kg급의 여자대표선수중 최고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체력강화를 위해 산악훈련도 서슴지 않는 그는 육상선수 출신이라 순발력과 근력이 뛰어나다. 허벅다리 후리기와 굳히기로 상대를 눕히는 솜씨는 발군의 수준.

이밖에도 체조의 이주형과 여자마라톤의 권은주·남자유도의 최민호 등 향토 선수들이 선수촌에서, 또는 국내 전지훈련지를 찾거나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 비지땀을 흘리며 시드니를 향한 꿈을 다져가고 있다.

鄭仁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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