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촌-마음의 담장부터 허물자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을 21세기. 뉴밀레니엄의 초입에 접어들자마자 인류는 정보통신의 혁명에 직면하는 등 변화를 종용받고 있다. 삶의 가치관도 혼돈속을 헤매고 있다.

그러나 사회를 지배하는 '룰'은 분명 있다. 같이 가야할 동반자가 있고 지켜야 할 사회적 규범도 있다. 새 세기에 들어서도 더욱 지켜야 할 '공동체적 삶'의 덕목들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편집자주

도시인 '00명중 47명이 하루에 한번도 이웃과 접촉하지 않는다. '0명중 4명은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아예 모른다. 이런 현상은 농촌보다 도시가, 저학력층보다 고학력층이, 단독주택보다 아파트거주자가 더 심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세기를 정신없이 떠드는 동안 이웃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존재가 되고 있다.

정보통신의 눈부신 발달로 인해 마지막 남은 최소의 공동체인 가족마저 분열될 위험성에 처해 있다. 21세기의 마지막 대안은 이웃. 이웃은 삶의 가치를 높여줄 대안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황금동 ㅅ맨션에 사는 정모(40)씨는 지난해 말부터 '일'을 하나 만들어 추진중이다. 아파트단지내 이웃가족들과 매월 한차례 역사기행을 가기로 하고 회원 확보, 관광버스 연간계약, 코스 파악, 자료수집 등에 여념이 없다.

정씨가 이런 계획을 추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아이들에게 이웃과 함께 할 때 가장 큰 즐거움이 있음을 일깨워주기 위함이다. 정씨는 "같이 여행을 함으로써 이웃을 더욱 잘 이해하고 소중한 이웃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을 것 같다"며 꼭 성사시켜 보겠다고 한다.

이웃을 찾는 대안으로 담장 허물기는 중요한 관심사이다. 지난해 대구를 중심으로 시민운동화된 담장 허물기는 60년대 산업사회, 도시화 이후의 산물인 담장을 허물어 이웃을 만나자는 획기적인 운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북대 사회대 사회학과 노진철(44)교수는 "담장은 이웃을 거부하는 배타성의 표본"이라며 "절반이 넘는 공동주택부터 담장을 허물어 이웃공동체를 형성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구시내의 아파트는 28만세대, 주택은 21만세대. 미래건축의 김문열(40)대표는 주택 1세대가 담장 때문에 최소 한 평의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해도 20여만평의 공간손실을 안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 공간을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이웃회복은 물론 공원 부족, 이면도로 주차장 부족난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공공기관 담장허물기 공사를 주로 해 온 코리아랜드스케이프의 이제화(43)대표는 "담장허물기는 공공기관에 그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주택으로 확산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공공자금 투입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이웃찾기에는 누구보다 주부들이 적임자다. 직장과 주거지가 분리된 현대사회에서는 남자들보다 가정에 있는 시간이 많은 주부들이 이웃과 더불어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노교수는 강조한다. 그는 또 도시생활을 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현재 살고 있는 곳을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정서상의 고향회복도 시급하다고.

민관차원의 '운동화'도 절실하다. 서울에서는 이미 관주도로 '마을만들기' '종로가꾸기' 등 운동화가 구체적으로 시도되고 있지만 지역은 그렇지가 못하다. 서울의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나 '한국도시연구소' 등의 민간활동은 지역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마치스쿠리'(마을가꾸기, 도시가꾸기)운동도 의미가 크다. 70년대 초반 관주도로 시작된 운동이지만 지방자치, 도시공동체운동의 표본으로 꼽힌다.

인류의 영원한 테마인 이웃. 이웃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새 천년 벽두 우리 모두의 화두이다. 李炯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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