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릴 제2회 '경주 세계문화 엑스포'의 소요 자금은 무려 355억원. 광역 지방정부의 문화예술 진흥 부문 예산(문화재 분야 등 제외) 보다도 훨씬 많은 이 액수가 엑스포라는 단일 이벤트의 규모를 웅변하고 있다.
더욱이 2000년은 이 엑스포에 갖는 의미가 더 각별하다. 어쩌면 그 장래를 좌우하는 분기점이 될지도 모른다. 별도로 550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하고 항구 시설을 설치키로 결정함으로써, 앞으로는 상설 운영도 해야 할 변환점이기 때문. 상설 운영은 평상시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특별한 문화 체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도에 바탕하고 있다. 경주에는 연간 800만명정도의 외부 관광객이 찾아 들지만, 문화유적 외에는 볼거리가 너무 빈약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현재 연간 10억원 가량씩 주고 빌려쓰고 있는 15만5천여평의 부지는 올해 중에 매입키로 결정됐다. 매입이 실행되면 종전과 달리 항구시설을 짓고, 상설운영함으로써 종국적으로는 세계적 문화 테마공원화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런 것에 관한 종합적 계획 수립 역시 현재 진행 중이다.
올해 행사는 오는 9월1일부터 71일간(11월10일까지) 열리도록 계획돼 있다. 그러나 일반 개장이 끝난 뒤에도 11월18일부터 9일간 수능 수험생들을 위한 특별 개장을 하기로 했다.
또 올해 행사는 중앙정부 새 천년 준비위의 뉴밀레니엄 10월 행사로 선정돼 위상이 달라졌고, 같은 시기에 아셈(ASEM) 회의가 열림에 따라 문화학술회의.공연예술축제 등 4건이 아셈과의 공동 행사로 결정돼 지원.공조 받게 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행사는 작년과는 완전히 다르게 조직, 관람자들에게 또 다른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키로 확정됐다.
▲주제 행사'만남과 아우름-새천년의 숨결'로 정해진 행사 주제에 맞춰 이미지전, 영상전, 공연, 전시 등이 펼쳐진다.
주제관 전반부의 3분의1쯤을 차지하는 공간에서는 먼저, 개발.전쟁.무지 등으로 인해 망가진 귀중한 세계의 문화유적 현장과, 컴퓨터 등으로 복원한 그 본래의 모습을 대비시켜 보여 줌으로써, 문화 보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이미지전이 열린다. 제목은 '찬란한 빛, 사라진 문화여!'. '아우름'이라는 이번 엑스포 주제의 화두를 던지는 프롤로그.
이어 주제관으로 들어서면 650명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 영상전이 전개되는 곳. 여기서는 1천년 전 경주의 모습을 버추얼 리얼리티로 되살려내 관람객들로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제목은 '서라벌의 숨결 속으로'. 여기서의 10분은 '가상현실'이라는 첨단 기법 체험의 기회로도 유용할 것이다.
이 첨단 영상을 창출키 위해 7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KAIST와 분담해 이미 공동 설치작업 중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버추얼 리얼리티 시설은 장기적으로 사이버 박물관으로 확장 구축될 계획이고, 상영된 소프트웨어는 새 천년 준비위의 '평화의 열두 대문 역사 기록관'에 보관될 예정.
4천석 규모의 옥외 공연장에서는 이윤택씨가 연출하는 '도솔가--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총체극이 공연된다. '한 가지에서 나고서도 가는 곳을 모르는구나'며 누이의 죽음을 아파하면서도 도솔가를 지어 난세를 구하고자 했던 신라 때의 월명, 짜라투스트라도 결국은 서양의 월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극은 출발한다. 동.서양 문화의 관계를 충돌이 아니라 공존이라는 새로운 지평으로 탐색하는 것.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가며 그 구간의 각종 문화를 진품과 영상으로 구성하는 전시의 이름은 '동방의 빛을 따라서'. 한국 문화의 뿌리를 추적하는 코스이다.
▲일반 공연.전시개막제에서는 표재순씨가 연출하는 현대적 재해석의 처용극이 개막된다. 처용으로 상징되는 관용이야말로 '아우름'의 출발점임을 새삼 느끼게 할 계획. 이 극은 매 주말엔 경주 시내에서도 공연된다.
세계의 유명 축제 퍼레이드들도 참여하며, 아셈 공동 행사인 회원국 예술단 공연 역시 이번 엑스포에서 국내 공연의 스타트를 끊을 예정. 유럽 영화제, 아시아.유럽 청년 미술인 전시회, 세계 꼭두극 축제, 사이버 캐릭터 쇼, 세계의 문화 상품 비교 전시회, 유교문화 특별전, 입이나 발가락으로 붓을 잡아 그림 그리는 60개국 구족화가들의 전시회 등이 계획돼 있다.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컴퓨터 50대를 갖춘 100평 크기의 게임관이 설치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삼국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되고 있다. 게임관에서는 게임왕 선발대회, 우수 게임 전시 등도 있을 예정.
1천여평 별도 부지에서는 천축국에 이르는 길을 현장감 있게 형상화한 미로를 체험할 수 있다. 그 길에서는 중국.중앙아시아.천축국 등 신라와 통했던 세계를 직접 만날 수 있다. 미로는 최장 3㎞까지 설치될 예정.
청소년들이 좋아할 '힙합 페스티벌'도 열린다. 이를 위해 300평 크기의 젊은이 광장이 만들어진다. 그외 전국 각 대학 학생들이 참가해 각자 자기 대학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주는 놀이마당도 준비되고 있다.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은 올해 처음 도입되는 것이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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