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한 원로 외무장관은 사석에서 '외교는 보약'이라고 설파한 적이 있었다.
속효성이 나타나는 서양의 캄플주사와는 달라서 보약이란 꾸준히 장복(長服)해야 그 효험이 나타난다는 뜻이었다. 건국한지 일천한 상황에서 국력의 뒷받침 없는 외교관이 용천비상하는 재간이 없는 다음에야 뛰어본들 무슨 수가 있으랴. 차라리 외교현안에 일일이 맞대응하기 보다는 느긋하게 힘이나 길러 놓자는 다분히 책임회피적이고 자기합리화의 요소가 엿보이는 말이었다. 탈북주민 7명이 지난 12일 중국당국에 의해 기어코 북한으로 송환되고 말았다. 한국의 4강 외교는 이제 더 이상 큰소리 칠 명분도, 염치도 없게 생겼다. 중국과의 수교가 92년 8월이었으니 '보약론'을 인용하더라도 8년이나 먹은 약효는 오간곳 없고 남은 것은 전체 국민들에게 안겨준 참담한 열패감(劣敗感) 뿐이었다. 지난해 중국의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부장이 방한했을 때는 우리 외교부장관이 거의 만 하루를 수행인지 동행인지 하다시피했고 대중탕에서 같이 목욕까지 했다. 보약효과는 두고라도 하다못해 전례없이 파격적인 목욕효과조차 못본 셈이었다. 유엔고등난민판무관실(UNHCR)로부터 난민지위를 부여받기까지 한 이들을 러시아는 중국으로 쫓아버리고 '국경수비대가 한 일'이란 말도 안되는 말로 우리 외교부에 통보했다. 중국에선 '인도주의적 처리'를 다짐하고서도 그들의 불청객을 북한-중국 국경조약에 따라 간단히 북송해 버렸다. 국민들이 더욱 모욕감을 갖는 이유는 러시아가 이들을 몰래 중국에 넘겨주기까지 외교부가 상황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으며 중국이 또 전격 북송시킬 때까지도 마음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외교부인 탓에 해외공관 직원들은 외교는 않고 내교(內交)만 한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다음엔 어느 자리…'만 노리는 사람들에게 현안해결을 맡긴다는 것이 연목구어(緣木求魚)가 아닐는지…. 외교부는 중앙부처 민원인 만족도조사에서 20위를 했다. 무능하면 오만하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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