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천년을 빛낼 인물-김성훈 (주)나라비전 개발실장

정상에 도전하는 젊음은 아름답다. 전 세계 젊은이들의 야망과 꿈이 펼쳐지는 무대 인터넷.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상공간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대구 출신의 인터넷 벤처기업 ㈜나라비전 김성훈(27) 개발실장.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야심을 가슴에 간직한 인터넷 프로그래머다. 지난해 그가 개발한 전자메일시스템 '깨비'는 국내 메일 시장을 평정했다. 한국통신의 한미르, SK텔레콤의 넷츠고 웹메일, 한글 알타비스타 등 우리나라 굴지의 인터넷 메일사이트들에 '깨비'프로그램이 심어졌다. 전자메일이 도착하면 삐삐나 휴대폰으로 신호를 보내주는 메일 콜 등 정보전달에서 빼어난 기능을 가졌다는 평가 덕에 '깨비'는 세계 유수의 회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따돌리고 국내시장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인터넷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김실장은 일류 대학출신의 엘리트가 아니다. 구미전자공고와 대구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시골출신이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엉뚱한 발상으로 승부하는 노력파다.

"많은 사람들이 출신학교를 알고서는 놀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이 아니면 '기타대학'출신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학교간판이 실력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김실장이 인터넷에 입문한 것은 지난 94년 3월. 학교 전산소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인터넷을 알게 됐다. 웹방식의 인터넷이 국내에 소개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여서 인터넷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인터넷 독학생 김실장이 인터넷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대학 4학년 때인 95년 겨울. 국내 최초로 인터넷 검색 로봇을 이용한 정보검색엔진 '까치네'를 개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국내 인터넷 검색엔진은 일일이 사람이 웹사이트를 뒤져 데이터를 수집하는 수동식이었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로봇이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검색엔진 '까치네'는 우리나라 인터넷 검색프로그램이 수공업시대에서 자동화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김실장의 창의력은 97년말 '깨비'(http://kebi.com)를 개발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당시 국내 인터넷 유저들이 사용하던 전자메일 프로그램은 한글이 잘 깨지고, 프로그램이 심어져 있는 컴퓨터에서만 메일을 주고 받아야 하는 등 불편이 심했다. 그래서 웹사이트에 접속해 메일을 교환하는 프리웹메일방식을 생각해 냈다. 김실장은 장난삼아 메일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한다. 개발기간이 2주밖에 걸리지 않은 속성품이었다. 그래서 성능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작이될 줄은 개발자인 그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깨비'의 개발로 실력을 인정받은 김실장은 이듬해 겨울 인터넷의 본고장 미국으로 건너갔다. 검색엔진 알타비스타의 한글과 작업을 지도해 달라는 한국알타비스타의 초청이 온 것.

"배우로 간 것이 아니라 한수 가르치러 간 미국행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더 편리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으면 국내 인터넷 프로그래밍 시장의 미국 독점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내 최고의 인터넷 프로그래머란 찬사를 받고 있지만 김실장은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출근과 퇴근이 따로 없다. 눈을 뜨면 출근이요 눈을 감으면 퇴근이다. 학교 다닐 때부터 익은 습관이기도 하지만 시간을 출퇴근에 허비하는 것이 아깝기 때문이다.

유망 기업체의 스카우트 유혹도 뿌리쳤다. 김실장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이적비 2억원에 연봉 5천만원을 제안하는 업체도 있었고 미국유학을 조건으로 내건 기업체도 있었지만 창사때부터 지켜온 나라비전에 남기로 결정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도리를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김실장은 오는 3월 미국 유학을 떠난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신기술을 습득, 미국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몇년이 지난뒤에도 지금처럼 엉뚱한 발상을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간으로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데..."

눈높이를 세계에 맞춘 프로그래머의 소박한 희망이다.

李鍾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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