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홍신 의원 판소리 가락 법정 진술

"국태민안해야 하거늘/ 바른 언질 옳은 소리/진언충정 가로막고/ 어찌 나라 방패 하였더냐/(중략)/ 해학풍자 가래로 막고 트인 입 찢어서 막고/ 바른 말은 갓난애 손목 비틀 듯하고"

98년 6.4 지방선거 당시 '공업용 미싱' 발언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모욕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2년6월이 구형된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이 21일 피고인 최후진술을 하면서 풍자와 독설이 담긴 판소리 한마당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이날 '속없이 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A4용지 14장 분량의 최후진술서에서 의대에 떨어진 뒤 3수 끝에 대학에 들어간 일부터 집이 망해 대학을 휴학하고 낙향한 뒤 후배들과 함께 건달처럼 살던 일, ROTC 장교로 군에 입대해 무장공비를 사살하는 무공을 올리고서도 '빨갱이'로 몰렸던 일 등을 털어놓았다.

또 소설가로 등단, '인간시장'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이나 문제의 '공업용 미싱' 발언을 하게 된 경위도 마치 소설을 쓰듯 담담하게 서술했다.

김의원은 "당시 시중에 널리 알려져 있던 '염라대왕 시리즈'라는 육담을 인용한것을 두고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기소한 것은 가장 껄끄러운 입을 틀어막음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려는 충성심 때문 아니냐"며 육담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보여주기 위해서인듯 '세상타령'이라는 자작 판소리로 우리 정치와 사회 현실을 풍자했다.

"환란혼란 뉘탓인가 네탓내탓 아니로다/ 거짓만연이 원흉이니 허튼 말질 그만두고/ 거짓털고 일어서면 옳지 용케 살 궁리가 있구나…"

"백성고통 염라지옥 경제사정 화로지옥/ 중소기업 부도지옥 노동자들 해고지옥/공직자는 사정지옥 농민들은 부채지옥/ 학생들은 입시지옥 여성들은 차별지옥/주부들은 물가지옥 지도자는 거짓지옥…"

재판장은 난데없는 판소리에 당황한 듯 허용여부를 고심했지만 제지하지는 않았다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임창열(林昌烈) 경기지사가 피해자 자격으로 증인으로 나와 자신의 이혼경위 등에 대해 진술했으나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이 부분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의원은 이에 앞서 검찰로부터 형법상 모욕죄로 징역 1년, 선거법 위반죄로징역 1년6월 등 모두 징역 2년6월이 구형된 상태이며 선고공판은 내달 10일 오전10시에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대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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