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경우만 해도 그렇다. 한국전 참전, 700여 전사자를 낸 것 만인가? 전후에도 고아원 경영 등 많은 인도적 사업을 해주었다. 지금도 민간단체에서 한국·터키에 유학생 10명씩을 교환하고 서울에서 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린 지금까지 아무것도 보답한 게 없다. 대통령의 감사 방문 한번 하지 않은 나라다. 문화원은커녕 유학생 하나 변변히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 형편이 워낙 딱해서? 천만에다. 터키는 지금이나 그때나 넉넉한 형편이 아니다. GNP는 현재 우리의 1/3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대지진때 우리 정부가 보여준 성의는 너무 인색했다. 교포나 대사관 직원이 얼굴을 들고 나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너무 창피해서. 터키 돕기에 민간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그래서였다. 다행히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 민간 모금으로는 세계적 수준이었다. 터키에도 우리 모금 운동이 신문·TV로 방영되면서 다시 한국붐이 일었다. 냉랭했던 관계가 다시 살아났다. 역시 형제국이라고들 고마워했다. 이번 친선 방문차 터키를 갔을 적엔 그 훈훈한 분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송구스러울 정도로 큰 환영을 해주었다.
하지만 내 기분은, 우리가 잘했구나 하는 생각보다 안했더라면 큰일날 뻔 했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참으로 소중한 우방을 잃을 뻔했다. 대사관 오찬에서 조 대사는 "정부에서 10년해도 못 다한 일을 여러분이 해주었다"고 감동어린 어조로 말했다. 우린 그게 결코 과찬이 아니란걸 그곳 분위기로 확인할 수 있었다.
수재민, 결식아동, 노숙자… 우리 코도 석자나 빠졌는데 무슨 터키냐?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그건 한국적 정서다. 약은 타산으로 따진다면 그런 계산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어려워도 도와야 한다는게 세계적 감각이요 정서다. 그것이 지구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이다. 세계화란 이젠 구호가 아닌 생존의 전략이다.
지진 현장을 안내한 현지 부지사는 현장의 모든 자동차는 한국산이라고 내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그 말 속에 많은 의미가 함축된 걸 읽을 수 있었다.
우린 너무 약다. 답답할 땐 손을 내밀곤 일이 끝나면 언제 봤느냐다. 손해보는 짓은 않는다. 거기다 눈치도 빨라서 세계 어딜 가도 적응을 잘한다. 물론 일도 열심이다. 밥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그게 다다. 세계적인 큰 손은 결코 못된다. 이게 한계다.
미국 교포를 '코리안 쥬'(한국 유태)라고 부르는 데는 좋다기보다 냉소적인 의미가 더 크다. L.A 인종폭동이라지만 인종보다 우리가 너무 약기 때문이다. 흑인촌에서 돈 벌어 벤츠 몰고 멀리 부촌에 산다. 흑인촌에 인심 한푼 안쓴다.
정말이지 우리는 영악할 정도로 약아빠졌다. 하지만 세상사람, 바보가 아니다. 결국은 사람들이 멀리 한다. 우리 코 앞에 떨어진 작은 이익에 연연하다 큰 걸 놓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 택시 요금만인가. 바가지를 씌우면 결국 그 관광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새끼 치어까지 잡아 먹었으니 근해 어장에 고기씨가 말랐다.
내 몫 몇 푼 챙기려다 나라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결국 그 손해는 내 몫으로 돌아온다. 너무 약아 탈이다. 멀리 앞을 내다 보는 여유가 없다. 크게 세계를 보는 눈이 없다.
남을 위해 손해볼 줄도 알아야 한다. 아이들도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 우리만큼 봉사에 인색한 민족도 없다. '손해 본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으니 아까워서도 못한다. 안한다고 법에 걸리는 것도 아니니 모른척 한다. 하지만 결국 그 화는 언젠가 내게 돌아온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기왕 계산을 하려면 좀 크게 하자. 성균관대 의대 교수·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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