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에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한다. 21세기 디지털 경제 체제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오늘날 모든 기업들의 경쟁 우위는 일시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동물의 진화경로를 알아내기 위해 유전학자들이 초파리를 연구하듯 무서운 속도로 새롭게 진화하는 인터넷.PC.멀티미디어와 같은 산업 초파리로부터 진화의 교훈을 얻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 대열에서 낙오하기 십상이다.

미국 MIT대 찰스 파인 교수가 쓴 '기업진화의 속도 클락스피드'(민미디어 펴냄)와 일본 소프트방크사 제2인자인 기타오 요시다카 그룹부사장의 '소프트뱅크@가치창조의 경영'(동방미디어 펴냄)은 현대 기업들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비즈니스 세계의 생존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파인 교수는 '종(種)은 진화한다'는 유전학적 명제를 끄집어 낸다. 산업도 자신만의 진화주기 즉 '클락 스피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주기는 신제품과 공정, 조직 구조를 도입하는 속도로 측정한다. 자동차와 제약, 반도체 같은 다양한 산업에 초파리의 교훈을 적용시킴으로써 공급자, 유통업자, 사업 파트너들의 사슬로 연결된 동적 관계 네트워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경쟁우위가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잘못된 의사 결정이나 미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결여된 의사 결정의 결과를 IBM을 예로 들어 제시하고 있다. 현대 경제는 내부 조달의 시대에서 외부 조달의 시대로 이행, 웹 상에서의 상호조달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공급자는 제조와 구매의 문제가 아닌 동적인 공급사슬을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는데도 이에 실패한 IBM은 81년 이후 최고의 자리를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넘겨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컴팩이 인텔과 MS사의 도움으로 컴퓨터 기업으로 급성장하게 됐다. 성공적인 공급사슬 관계를 구축한 인텔이 IBM을 능가하는 위치를 갖게 됐고, IBM 상표보다 '인텔 인사이드'나 '윈도우 98'이 더욱 중요한 상표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산업도 마찬가지다.

파인교수는 "클락스피드가 빠르면 빠를수록 기업의 지배기간은 더욱 짧아진다"고 단언한다. 지속적인 성공은 최고의 독점적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역량들이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고, 어떤 역량들을 아웃소싱 할 것인가를 개발하는 기업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한편 '손정의 제국의 제갈공명'으로 불리는 기타오 요시다카 그룹부사장 겸 소프트방크 파이낸스 사장의 경영전략도 눈길을 끈다.

그는 이 책에서 '기업가치 창조의 경영'이라는 기준을 제시한다. 토지 자산과 간접금융에 의존하는 종래의 일본식 경영시스템은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는게 그의 요지다.

그가 말하는 기업가치란 무엇일까. 주식의 시가총액과 부채의 시가총액의 합은 미래에 예상되는 '프리 캐쉬플로'(잉여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라고 정의한다. 기업가치 창조경영이란 바로 프리 캐쉬플로를 중시하는 경영이다. 이제까지 기업실적은 회계상의 이익이 기준이었다. 하지만 기업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업가치를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현금의 투입과 회수상황을 나타내는 지표인 프리 캐쉬플로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주가중시 경영'을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기업가치와 주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고주가를 향한 기업가치 증가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게 그의 결론이다.

인텔이나 넷스케이프,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진화에 민감하게 대처한 기업경영과 소프트방크의 경영기법을 통해 21세기 경영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하고, 변모할 것인지를 내다볼 수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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