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증권 수수료 파괴 도미노

증권사간 위탁수수료 인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짐에 따라 증권업계의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증권사 수익의 50% 이상을 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하는 실정이어서 수수료 인하경쟁은 증권사들로 하여금 신규 수익원 발굴, 통합자산관리 및 자기자금 투자비중을 높이는 투자은행 형태로의 변신을 요구하는 등 증권업계 재편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 수수료 인하 경쟁

14일부터 사이버트레이딩 시스템을 가동하는 E* 미래에셋증권은 8일 업계 최저인 0.029%의 수수료를 적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형증권사들의 사이버트레이딩 수수료가 평균 0.1%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수수료율은 다른 증권사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인 수준. E* 미래에셋증권은 또 거래소, 코스닥 시장 구분 없이 0.4%를 적용했던 창구매매 수수료율도 다음달 1일부터 0.29%로 인하키로 결정했다.

서울증권과 SK증권도 13일부터 거래소 시장의 위탁 수수료를 인하한다. 거래소 시장 위탁수수료를 거래대금 2억원 이하이면 거래대금의 0.5%에서 0.45%로, 2~5억원은 0.45% +10만원에서 0.40%+10만원으로, 5억원 이상은 0.40%+35만원에서 0.35%+35만원으로 각각 내린다.

또 KGI조흥증권, 신한증권이 장내주식(거래소 종목) 위탁수수료를 서울증권과 같이 거래금액에 따라 0.05%포인트씩 일괄 인하했다. 수수료 인하경쟁을 촉발시킨 LG투자증권은 지난 6일부터 수수료를 인하했으며, 교보, 현대, 삼성, 대신, 메리츠증권 등도 수수료 인하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 증권업계 재편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어 시장상황에 따른 수익구조 악화 가능성을 안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영업수지 대비 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이 98년 기준으로 60%를 차지하고 있다. 인수 및 주선에 따른 수익은 13%, 기타가 27%였다. 위탁 수수료 비중이 14% 수준인 미국 증권사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셈.

E* 미래에셋증권이 파격적인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있는 배경은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도입으로 고객 자산을 통합관리할 여력을 자신하고 있기 때문. 최현만 대표는 "위탁 수수료 이외에 자산운용 및 투자부문에서의 수익성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이같은 수수료율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경쟁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존립기반을 위협하는 등 증권업계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전망이다. 또 상당수 증권사들이 벤처기업 사냥에 적극 나서는 등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 주가전망

수수료율 인하는 일단 증권사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 증권사의 수익이 줄어듬에 따라 증권주의 주가 조정기간이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대형증권주와 중소형주간에 주가차별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반면 수수료율 인하는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덜어줘 결국 거래활성화로 연결돼 장기적으로는 증권주 상승에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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