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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버스 안에서 사십 번째 생일국도 못 끓여먹고 세상을 떠난 친구의 남편을 만났다. 그의 초췌한 얼굴이 내게 아득히 잊혀져 가던 그녀의 기억을 일깨웠다. 눈에 띄게 늘어난 흰 머리칼과 기름기 없이 파삭한 얼굴 때문에 살이 많이 내렸다는 말 대신에 하마터면 많이 늙었어요, 라고 말할 뻔 했다.

"영 사는 재미가 없어요. 몸무게가 5kg이나 빠졌는걸요" 그의 입가에 쓸쓸한 웃음이 매달렸다. 그가 자기 곁의 빈 자리를 돌아볼 때마다 수분처럼 증발하는 아내의 무게. 그게 5kg? 얼마나 더 빠져야 멎을까. 불현듯 가벼워진 몸이 익숙지 않아 불안하게 흔들려 있는 것이 내 눈에 선연하게 보인다. 이젠 목을 돌려 주변을 돌아볼 이유조차 없다는 듯 그는 무심히 창 밖만 내다 보았다. 그런 그가 내 보기엔 자신의 살 내리는 소리를 듣는 걸로 여겨졌다. 자기 속으로 깊숙이 침잠한 그의 눈꼬리로 비끼던 노을의 잔영이 여지껏 마음에 남아 있는 걸 보면 너무도 당연한 듯이 그녀에 대한 기억을 지워간 나 자신의 행위가 새삼스레 미안했던게지.

세상사람들이 다 잊어도 함께 평생을 해온 이 만은 제 반 쪽의 기억을 고스란히 마음에 담아둔다. 뭐니뭐니해도 제 짝 만한 이가 없다는 말이다. 곁에 있는 동안엔 습관처럼 서로에게 무관심하기 일쑤지만 반 쪽의 상실을 의식하는 순간 느닷없이 깊이를 모르는 허방 속에 내동댕이 쳐진듯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관계.

부부란 그처럼 서로에게 골수같은 존재인 것이다. 우리는 수시로 자기 곁을 돌아보는 일에 소홀하다. 때론 살아온 세월만큼 서로가 많이 닮아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기도 한다. 흉보며 닮는다는 옛말처럼 서로의 그런 소홀함까지 비슷하게 흉내내며 늙어가는, 부부야 말로 제 수족보다 더 친근하고 익숙한 친구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즈음에 들어서 고정관념처럼 머리 속을 꽉 메운다. 장정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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