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아시아 증시들이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미국 증시에 무턱대고 영향받는 양상이 극도화됐던 하루였다. 이에앞서 미국 증시가 지난주에 이미 거쳤던 폭락세, 그것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미국 인플레를 억제시킨 순작용=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지난 17일자에서 폭락 장세가 오히려 "좋은 일을 했다"는 시각을 부각시켰다. 증시에서 거품을 걷어냄으로써 소비자들의 과소비 열기를 식혀 인플레 억제 효과를 가져오고, 이것은 나아가 정부측의 이자율 인상 분위기를 완화해 줄 것이기 때문. 폭락사태의 원인 중 중요한 하나가 바로 이 문제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인플레만 잡힌다면, 미국 경제의 기본바탕이 여전히 튼튼하기 때문에, 지난 9년간 계속된 경기 팽창 기조가 중단되는 사태는 없으리라는 전망이기도 하다.
투자은행인 메릴린치 사(社) 수석 투자전략가 스타인버그는 "지금과 같은 주가 조정은 미국 경제를 해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지출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번 대폭락이 사실은 '건전한 조정'이라고 평가했다.
◇첨단주 가격 건전화 효과=그러나, 앞서와 같은 문제들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주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시각이 있다. 그것은 미국 신경제를 이끌고 있는 첨단주들이 지나치게 높게 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월가 전문가들 중에는 주가가 단기간에 반전하리라고는 거의 기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대표적 기술주인 인텔의 주가는 연초 사상 최고치에 비해 이미 23%나 하락했지만 주당 수익률이 48배에 달해 상당히 고평가된 상태다. 이와 관련, LA타임스 신문은 17일자에서 "미국 증시가 신중한 투자 원칙보다는 인간의 탐욕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경제 종목 수백개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급등하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급락 가능성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이 신문은 투자자들이 나스닥 지수 폭등기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기술관련 기업들의 주식을 마구 매입, 주당 10∼20달러밖에 안되는 것을 몇개월만에 200∼300달러, 심지어 400달러까지 치솟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거품성' 투자는 역사적으로 대부분 끔찍한 폭락과 투자자의 대손실로 귀결됐지만 인간의 탐욕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현재 증시를 압도하고 있는 투자심리 위축이, 주식 투자를 통해 한탕하려는 투자욕구가 되살아나야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첨단주 정리의 역사=한편 같은 날짜 뉴욕 타임스 신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묻지마 첨단주 투자가 종말을 고하고, 전망없는 닷컴기업 솎아내기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작년 한해 동안 기업에 투자된 벤처자본 규모가 483억 달러에 달해 전년의 192억 달러에서 폭증했으며, 최근 30일간만에도 670개 기업에 102억 달러나 투자됐다.
하지만 첨단주에 대한 투자 과열과 파멸은 자주 있어온 것으로, 전기·자동차·철도 등이 처음으로 출현했을 때도 투자열기와 뒤이은 다윈식 적자생존의 과정이 있었고, 결국은 몇개 기업만 살아 남았었다. 1980년대 초 PC산업이 시작됐을 때도 마찬가지였으나, 3년 뒤 첨단주 주가가 붕괴되면서 대부분이 도태의 길을 걸어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다. 지금의 상황도 바로 그 필연적 코스에 해당하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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