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금융불모지'위기

대구·경북이 금융 불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은행 한 곳,생명보험사 한 곳, 종금·리스사 두 곳 등 6개 금융사가 퇴출되거나 인수합병된 가운데 지역 유일 종금사인 영남종금마저 영업정지됨에 따라 대구·경북의 금융 취약성 심화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영업정지조치를 당한 영남종금을 제외하면 대구·경북에 본사를 둔 대형 금융기관은 대구은행과 삼성투자신탁이 고작이다. 그나마 대구은행은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독자생존을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삼성투자신탁은 핵심부서의 서울 이전이 계속되면서 본사기능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전국 규모 금융기관의 탈(脫)대구도 늘고 있다. 대한투자신탁은 2월 대구·경북본부를 부산·경남본부와 합해 영남본부로 개편하면서 본부를 부산으로 옮겨갔으며 대구본부를 아예 없애버린 시중은행도 생겨났다.

이에 따라 지역 금융비중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경제계는 영남종금 영업정지로 1조3천억원 이상의 자산이 묶였으며 이만큼 지역금융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제주은행 자산과 비슷하고 대구은행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역에선 이미 대동은행 7조7천억원, 조선생명 8천억원 중 상당부분이 역외유출되는 등 퇴출·피합병으로 심각한 규모축소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 연금 등 각종 연기금이 지역에 투자되지 않고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현상과 주식 직·간접 투자로 역외유출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구·경북 금융기관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7년말 8.3%에서 99년 10월말 7.0%로 낮아졌다. 이에 반해 수도권 비중은 63.2%에서 66.6%로 높아졌다.

또 2월말 현재 지역 금융기관의 수신비중은 51.1%로 97년말 54.1%에 비해 줄어들었으나 전국규모 금융기관의 수신비중은 45.9%에서 48.9%로 늘어났다. 여신면에서도 지역 금융기관 비중이 97년말 55.6%에서 2월말 47.4%로 낮아지면서 전국규모 금융기관보다 뒤져 지역 경제의 총체적 위축사태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은행 금융경제연구소 진병용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 구조조정이 지방 금융기관을 위주로 이뤄지면서 지역금융 위축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지역경제의 총량 감소에 따른 실물경제 회복지체 불이익을 지역 경제주체들이 고스란히 안고 있다"고 말했다. 진 소장은 "경제의 세계화도 좋지만 지방금융 실종현상을 막기 위한 민·관 합동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李相勳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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