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년 대선앞 샅바싸움 불가피

16대 국회가 5일 개원식과 함께 출범했다. 15대 국회가 '방탄국회'를 양산하면서 소모적인 정쟁으로 일관한 탓에 16대 국회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한층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면서 16대 전반기 국회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자칫 사사건건 여야간의 대립과 반목을 반복해 온 15대 국회의 행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국회는 이날 개원식에서부터 난항을 겪었다.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와 이한동 총리서리 인준, 인사청문회 등 현안들을 놓고 여야간의 힘겨루기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개원식에서는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자민련이 제출한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와 관련된 국회법 개정안을 김대중 대통령의 개원연설과 연계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같은 마찰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총선후 재편된 여소야대 구도에서 자민련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자민련이 민주당과의 공조복원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수의 논리에 집착한 청와대와 민주당이 자민련 손을 들어주면서 여야관계는 한층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여권의 국회장악 음모를 일단 제어해야 한다는 절박성을 느끼고 있다. 개원국회에서부터 여당의 발목을 잡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개원국회에서 여권에 끌려다닐 경우 향후 인사청문회 개최와 상임위원장 배분문제 등 주요현안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또한 전반기 국회가 16대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으로서는 도저히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되는 것이다.

여야간의 개원초 최대 쟁점은 뭐니뭐니해도 자민련에 대한 원내교섭단체 인정여부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이미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강행처리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양당이 제출해 놓은 국회법 개정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향후 국회일정에 전혀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인사청문회와 총리서리 임명동의안도 문제다. 여야는 당초 인사청문회 개최에는 합의했지만 청문회 기간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여당은 "3, 4일의 준비기간을 거쳐 청문회는 하루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적어도 3일 정도는 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한동 총리서리가 민주당과 자민련간의 공조복원을 전제로 임명됐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여당의 공조복원 의도에 집중타를 가하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문제도 여야간에 의석비율이 합의되기는 했지만 주요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신경전을 벌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16대 국회 전반기가 2002년 12월 대선을 코앞에 두고 마무리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여야간의 대립은 갈수록 도를 더해갈 전망이다.

李相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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