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대명5동 4세 남아 유괴사건은 치밀하고 교묘한 범행수법에 비해 경찰 수사는 허점투성이였다.
범행일체를 자백한 김모(37·중구 대봉동)씨는 지난해 10월부터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통장을 개설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훔친차량과 퀵서비스,대리운전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 14일동안 경찰을 농락했다반면 경찰은 유괴발생후 공중전화부스 경찰배치 등 초동대응을 소홀히 했다. 또 통신 및 금융기관의 전산추적시스템 협조를 받고도 늑장출동으로 번번이 범인을 놓쳐 신속성 부족과 과학수사의 한계를 드러냈다.
범인은 지난해 10월 인력시장에서 만난 김모(42)씨에게 돈을 주고 농협통장 2개와 직불카드 1개를 만들고 지난달 각각 차량번호판과 세피아승용차를 훔쳐 범행에 사용했다.
범인은 또 아이를 유괴한 2시간여 뒤 아이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김부장 바꿔라. 사기사건 어떻게 됐나'며 경찰신고 사실을 확인하는 등 용의주도했다. 아이 집으로 여러 차례 전화와 편지를 보내면서 빵집, 승차권판매소,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을 동원하는 교묘한 수법을 구사했다. 더욱이 아이 집으로 전화할 때 30초~1분간만 통화하고 끊는 등 유괴영화 '랜섬'을 모방한 완전범죄를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범죄발생 직후 범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아이 부모대신 받으면서 "여기는 경찰서가 아니라 가정집"이라고 하는 등 범인의 유도질문에 넘어갔다. '나는 범인에 기는 경찰'이었던 셈이다.
경찰은 지난 9일 범인이 모은행앞 승용차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 피해자가 입금한 돈중 200만원을 네차례에 나눠 찾을 동안 현금지급기 위치추적이 늦어 범인을 놓쳤다. 지난 11일 범인이 2분20초동안 아이 집으로 전화했을 때 5초만에 발신지추적으로 위치를 파악했으나 파출소 직원이 단말기 '출동명령'과 음성신호를 확인하지 못한 채 뒤늦게 무전을 받고 출동하는 바람에 범인을 코앞에서 놓쳤다. 경찰은 또 범죄발생 이틀뒤 피해자집 부근 일부 공중전화 부스에만 경찰을 배치했다가 5일 뒤에야 경찰배치 범위를 넓혔고 범죄발생 4일뒤부터 휴대폰 역추적시스템 협조를 받는 등 초동대처에 허술함을 드러냈다.
이번 유괴사건은 통신, 전산장비 등 첨단시스템을 활용한 과학수사와 유사범행에 대한 자료수집, 신속한 초동대처 등 유괴사건 수사의 전반적 개선책을 숙제로 남겼다.
金炳九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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