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시절, 정책 화두로 '세계화'가 등장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해외여행의 자유화, 국내시장의 개방, 영어 구사력의 가치 등.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기업과 외국기업과의 합병, 일본문화 개방, 인터넷 시대의 개막 등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혁명적 변화라고 할 수 있으며 한국민들의 생활도 그에 따라 엄청나게 변했다. 우리가 사용한 '세계화'라는 용어는 무슨 의미를 지녔는가? 60~70년대부터 사용되어온 '조국 근대화' '새마을 정신' '사회 정화' 등의 용어와 마찬가지로 국민에게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는 듯 하면서 정치적 조작의 키 워드로 활용되지는 않았는가?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긴 했으나 철학을 결여한 채 '구호 정치'의 구호로 작용, 다른 문제를 덮어버리지는 않았는가?
'세계화'라는 용어가 국내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시점 이전에 서구 사회에서는 '지구화 논쟁'이 한창이었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매진하다가 예기치 않게 파생됐던 생태 파괴, 국민 국가의 무력화, 초국민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의 부상, 초국민적인 문화와 생활양식 등에 대한 진단, 대안 제시 등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지금도 '지구화 논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울리히 벡의 '지구화의 길'(조만영 옮김,거름펴냄, 327쪽, 1만2천원)도 이러한 논의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이 책은 지금까지의 지구화 논쟁을 정리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새로운 시각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대륙이 아니라 하나의 개념이라는 형태로 초국민적인 사회 공간을 설명하며 자본주의적 세계체제, 탈국제 정치학, 지역화된 빈곤, 노동없는 자본주의 등 지구화 논의와 결과 등에 대해 따진다. 이와 함께 스러져 가는 국민국가의 기력을 회복하려는 보호주의자들의 자세에 주목하면서 경제 중심의 지구화 논쟁의 오류를 꼬집고 있는데 이는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다. 결론 부분에 이르러 그는 지구화 시대의 대안을 위로부터의 대안과 아래로부터의 대안으로 나눠 제시하고 있다. '초국민적 국가'와 '전 지구적 시민운동론'이 그것으로 세부적 내용을 살펴보면 진취적이고 흥미진진하다.
독일 출신의 울리히 벡은 '반성적 근대화' 등의 주창자로서 앤서니 기든스와 더불어 서구 유럽을 대표하는 학자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지구화'(세계화)를 세계 중심국으로의 도약을 의미하는 용어로 받아들이는 듯한 국내 풍토에 그가 던지는 말은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
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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