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집 주치의-귀지

30대 주부가 귀를 잡고 고통스런 표정으로 진료실을 들어 섰다. 며칠 전 수영을 시작한 뒤 귀가 아프고 물이 난다고 했다. 면봉으로 귀를 닦아낸 다음 통증이 더욱 심해져 입을 벌리고 있느라 밥도 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놀이 철이 되면 외이도염으로 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가 많아진다. 외이도는 귀의 제일 바깥쪽 부분, 즉 귓바퀴에서 고막까지 사이로 길이는 3cm 정도 된다. 바깥쪽 3분의 1은 연골, 안쪽 3분의 2는 딱딱한 뼈로 돼 있고 매우 얇은 피부에 덮여 있다.

귀 속에는 귀지선에서 나온 분비물과 탈락된 피부로 만들어지는 귀지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귀지를 몸의 때처럼 여겨 제거하는 것이 위생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귀지는 세균 감염을 막고 피부 방수 기능까지 한다. 라이소자임, 면역 글로블린 같은 향균물질뿐 아니라 불포화 지방산까지 포함, 외이도를 산성화시키는 것이다. 또 외이도의 피부는 고막에서부터 귓바퀴 쪽으로 서서히 움직여 자연 배출되므로 귀지가 외이도를 완전히 막지 않는 한 제거할 필요가 없다.

귀를 자주 후비면 오히려 귀지가 더 많아지고 가려움증도 생긴다. 이것은 외이도의 기계적인 자극이 귀지선을 자극, 병적으로 귀지가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귀 속 피부에 상처가 많아지는 대신 귀지가 없어진 결과이다. 이런 사람이 물에 들어 가면 귀 속이 쉽게 물에 젖고, 물 속의 각종 병원균이 상처를 통해 감염돼 외이도염이 쉽게 올 수 있다.

더욱이 수영이나 목욕 후엔 귀 속 피부가 물에 불어 있어, 조금만 긁어도 쉽게 상처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는 면봉에 묻어 있는 곰팡이나 세균이 더 쉽게 침투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습관적으로 귀를 후비는 것은 귀 건강에 좋지 않다. '팔꿈치보다 작은 것은 절대 귀 속에 넣지 말라!'(Never put anything smaller than your elbow in your ear!)는 외국 속담은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손영탁(이비인후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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