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쪽가족 숙소 파크텔

'감격의 상봉'을 마치고 15일 밤 10시5분께 숙소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 파크텔로 돌아온 남쪽 이산가족들은 반세기동안 생이별의 아픔을 모두 눈물로 토해낸 탓인지 지친 표정이었다.

재회의 밤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고 허전한 듯 이들의 얼굴은 다소 굳어 있었으나 그래도 '평생의 한(恨)'으로 남을 뻔했던 상봉의 기쁨이 역력히 묻어있었다.

이산가족 중에는 '부모.형제들이 덧없이 늙었다'면서 세월을 한탄하는 이가 있었으며, 상봉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객실로 올라가면서도 계속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다.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은 객실에서는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흐느낌이 흘러나왔으며, 호텔내 전화부스에는 상봉 소식을 친지들에게 알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코엑스 상봉장에서 아들 조진용(69)씨를 만나자 너무 기쁜 나머지 잠시 기력을 잃었던 정선화(96)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돌아왔지만 '아들을 만났다'는 기쁨에 환한 미소를 지었으며 원기도 많이 회복한 듯 보였다.

몸이 아파 상봉장에 나가지 못한 박성려(88)씨의 아들 여운원(63)씨는 "운봉 형님을 만나 반갑기는 했지만 어머님이 못가 형님과 나머지 가족 모두가 착잡했다"면서 "내일은 어머님과 함께 모든 가족이 형님을 꼭 만나겠다"고 말했다.

오빠 이래성(68)씨를 만났던 KBS 아나운서 이지연(53)씨는 눈물을 많이 흘려 얼굴이 퉁퉁 부은 채 "오빠를 만나 너무 반가웠는데 우느라고 할 말을 다 못했다"면서"개별상봉 때는 많은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비날론'을 발명한 이승기 박사의 부인 황의분(84)씨를 만난 보연(63.한양대 교수)씨는 "고모께 '선물을 뭘 해줬으면 좋겠냐'고 물으니 고모께서 '자동차는 못 가지고 간다'고 말하셨다"면서 "고모님은 유머가 뛰어난 분"이라고 즐거워했다.

형님 서기석(67)씨를 만난 매길(63)씨는 "생사를 모르던 형님을 만나 기분 만점"이라며 "너무 기분이 좋아 만찬장에서 술 한잔 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맏형 강태원(71)씨를 만나고 돌아온 태우(59)씨는 "나는 오늘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아홉살 때 본 형님을 보자 '아 우리 형님이구나'라고 직감했다"면서 어렸을 적 형님과의 추억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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